자금 없고 호재 가시화 안돼 속락
기자
수정 1990-03-28 00:00
입력 1990-03-28 00:00
설마 그 이하로 떨어지랴 싶었던 16개월간 최저점이 27일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뒷걸음치고 있는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12.12부양 조치를 불러일으킨 그 전날의 대폭락 지수(8백44.75)아래로 훌쩍 뛰어내리면서 종합지수의 시침을 88년 12월2일(8백33.69)바로 뒤까지 거꾸로 되돌려 놓았다.
증시 침체속에서도 투자자들은 종합지수 8백33포인트 붕괴 예견에 대해서 「설마」하는 반응이 대부분 이었고 무너지기 직전인 이날 상오장까지만해도 증시 관계자들 태반이 후장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였었다. 무엇보다 이번주의 증시주변 여건은 8백33포인트가 나타날때와는 달리 악재보다는 호재성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만 해도 보완 정도가 아니라 연기될 방침임이 이번주들어 더욱 확실해 졌다. 이같은 결정을 내린 새 경제팀은 곧 수출진작책 및 경기부양책등 증시를 부추길 정책을 하나씩 내놓을 참이었다.
그럼에도 이같이 최저점이 붕괴된 것은 외부에서 돌연 불어닥친 것이 아닌 점만은 분명하다. 여기에서 이날 8백27포인트까지 밀려난 최근주가 동향이 시사해 주는 바 크다. 월초 급등ㆍ급락 국면이 진정되면서 지난 9일 8백52포인트 까지 회복했던 주가는 이번주 들기 전 2주일동안 그 수준 밑에서만 맴돌았다. 특히 그 2주일은 각 주마다 호재적 여건이 분명해 주가가 이것과는 「따로따로」였음을 알려 준다. 12∼17일 까지는 개각 호재가 있었으나 첫날 8백50이었던 종합지수는 8백35로 주를 끝맺었고 새 경제팀 출범과 더불어 금융실명제 유보방침이 뚜렷해진 19∼24일까지는 8백50대에 올라서지 못한 채 8백37포인트로 주를 마감했다. 대신 연속 6일 폭락한 끝에 이날 최저점 붕괴까지 이르렀다.
호재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내리기만 하는것에 대해 많은 증시관계자들은 호재나 주식투자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의식이 증시침체 이전과 사뭇 달라진데서 찾고 있다. 즉 호재로 볼수 있는 여건이 생기더라도 「확실한」모습이 비치기 전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출등 실물경제 회복 기미나 증시의 수급불균형 문제의 완화는 지난번 8백33포인트 폭락 때보다 훨씬 뚜렷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개선에다 성장우선의 개각이나 실명제 연기등 시사적 호재가 있음에도 시중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은 거의 없었고 아직 증시를 떠나지 않는 투자자라 할지라도 지난주 들어서 관망세로 태도를 돌리는 사람만 늘어나고 있다.
증시침체 장기화와 함께 투자자들의 「의심」이 깊어졌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정부방침이나 주변여건이 이를 확실히 불식시켜주지 않는 한 주가하락은 쉽사리 끝날 것같지 않다.<김재영기자>
1990-03-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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