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몸살”… 지루한 조정 장세(금주의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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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3-25 00:00
입력 1990-03-25 00:00
◎기대감 어긋나 거래량도 크게 줄어/경제정책 분명히 드러나면 오를듯/주말 4포인트 밀려 8백40선마저 붕괴

봄바람의 시샘 때문인지 증시가 갈피를 못잡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 경제팀의 출범과 더불어 날렵한 상승세로 시작됐던 이번주 주식시장은 3일도 못가서 하락세로 반전,마지막날인 주말장은 주 최저의 장세로 끝났다.

주 중반무렵부터 나타난 무너짐은 끈질기고 완강한 것이어서 바람을 탄 첫머리보다 뿌리가 훨씬 깊어 보인다.

전주말장으로부터 최저점(8백33) 바로 뒤인 8백35포인트를 넘겨받은 이번주초는 이틀간 연속 14포인트 가깝게 올라 종합지수 8백50선을 0.02포인트 앞에 두었었다.

이 상승세는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이 개각전 소문대로 철저한 성장우선일 것이라는 견해로부터 힘을 얻은 것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8백50선을 밟아보지 못하고 속락세로 떨어지고 말았다. 종합지수 8백50대는 2월말과 3월초의 급등락 국면이 정리되면서 나타난 점진적 상승세가 발을 딛고 있는 요처였다. 전주에 잃어버린 이 디딤판을 회복하면 기조적으로탄탄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었었다.

주 3일째장에서 약보합으로 물러선 주가는 이후 3일간 3.9∼4.4포인트 정도의 비슷한 수준의 하락세를 되풀이해 8백40대마저 내놓고 말았다. 24일의 주말장에서는 내림폭이 4.39포인트로 나타나 그중 가장 컸다.

주말 종가는 8백37.4로 상승세의 바닥을 제공할 것으로 여겨졌던 주 첫날 지수대로 되밀려난 꼴이 됐다.

이번 주의 장세가 이처럼 하락세로 흘러버린 것은 주초반 새 경제팀이 금융실명제의 연기방침을 박력있게 밀어붙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시간이 지나며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채 우유부단한 모습을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증시침체가 1년 가까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주식시세는 전체적으로 15%이상 떨어졌고 시일이 흐를수록 수급불균형이나 실물경기의 부진보다는 금융실명제를 침체 장세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초미의 관심사인 실명제가 완전연기 대신 부분보완 실시 쪽으로 기울듯 하자 주가는 다시 최저점을 향해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속락한 주후반에는 주가의 선행지표라는 거래량의 급감현상이 동반돼 증시관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초반 상승세가 후반 속락세로 무너지기전 그중간에서 팽팽한 보합권(0.07포인트하락)을 이뤘던 21일에는 1천7백만주이상 매매되어 이후 시황을 약세보다는 상승세로 점치는 사람들이 꽤 많았었다. 그러나 약세로 방향이 정해지면서 거래량은 1천1백만주,9백만주로 감소된 뒤 주말장은 8백71만주에 머물렀다.

내주에는 금융실명제와 관련,현실적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는 만큼 「하느냐 마느냐」라고 우악스레 묻는 대신 「전환된」 정책의 세부적 측면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예정된대로 내부의견을 조정하고 분명한 선을 그어준다면 그것 자체가 장세전환에 보탬이 되리라는 의견이 많다. 어차피 새 경제팀은 경제정책전환에 대한 기대때문에 태어났고 또 크든 적든 무언가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김재영기자〉
1990-03-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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