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통합 반대 논거의 해부/한승조 고려대교수(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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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3-08 00:00
입력 1990-03-08 00:00
여기서 3당 통합을 부정적으로 보는 논거를 재검토하여 그 시비를 가려보기로 한다. 첫째,정통야당으로 자처해 오던 민주당이 집권여당과 통합한 것이 정치적 변절이고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논리이다.○“비민주” 비난 근거 희박
또 한편 집권여당을 해체하여 여지껏 여권을 헐뜯고 괴롭혀오던 야당과 통합한 것을 5공세력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건국후 여당은 국가안보ㆍ경제성장ㆍ정치안정을 강조한 데 비하여 야당은 언론자유ㆍ인권수호ㆍ경제적 배분과 민주화를 위해 싸워 왔다. 그런데 노태우정부는 야당이 싸워오던 정책노선을 빼앗아 버린 셈이다. 뿐만 아니라 5공과 단절하기 위해 민정당자체를 해체해 버렸다. 그러니 김영삼총재와 그 당은 투쟁목표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김영삼총재는 87년 대권장악의 호기를 김대중총재의 분당으로 놓쳐 버렸다. 그후 평민당과 부분적으로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5공 청산까지는 평민당과도 공동보조를 맞췄지만 앞으로는 경쟁과 대립이 버거워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민주당 노선과 대동소이한 중도보수의 입장에 서있는 노태우정부에 대하여 반대를 위한 반대를 계속하느니 차라리 민정당과의 합당을 선택하였다. 혁신세력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행위가 변절 또는 배신으로 비춰질 수가 있다. 그러나 중도보수의 입장에서 볼때 변절이나 배신이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둘째,3당 통합이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이 아니라 몇 사람들의 밀실합의로 결정되었다는 비난이다. 3당 통합은 3당의 지도자들간의 합의로 이루어졌다. 그 합의와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당원은 탈당하면 된다. 만일 반대나 탈당의 자유마저 허용되지 않았다면 그 합당은 비민주적인 처사로서 비난받아도 마땅하다. 그러나 당원들이 자의로 지도자의 결정을 따랐다면 비민주적이라는 비난은 근거가 희박하다.
셋째,3당 통합은 평민당을 배제함으로써 지역감정과 대립을 격화시켰다는 비난이다. 만일 노태우대통령이 김대중총재에게 민정ㆍ평민의 연합을 권유했는데 김총재가 이를 사양하였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애초부터 호남지역을 고의적으로 배제하였다고 말할 수 없다. 또 민자당도 호남지역을 배제함이 얼마나 불리한가를 알기 때문에 호남인사를 영입하고 그 지역의 지지를 얻고자 힘쓸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것이 지역대립을 영구보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한편 3당 통합은 평민당을 유일야당으로 격상시키는 데 기여한 면도 있다.
넷째,3당 통합은 진보적 혁신정당을 억압하고 민중세력을 압살하기 위한 보수대연합의 기도라는 주장이 현재 존재하지도 않은 혁신세력을 과장하여 보수구도를 내세움으로써 과거 이승만정권이나 박정희정권과 같이 보수우익 독재정권을 구축하려는 음모가 아니냐는 것이다. 3당 통합이 보수대연합의 발상에서 나온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노태우ㆍ김영삼ㆍ김종필의 면면을 살펴볼 때 서민의 감정과 이익을 짓밟고 혁신정당의 출현을 봉쇄할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보수대연합은 과격좌경세력에 대처하는 연합이지 반진보 반민중 연합은 아닐 것이다.
○포용ㆍ양보의 미덕 발휘
또 현재 극히 미미한 세력밖에 안되는 혁신세력에 대비하는 보수구도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난한다. 현재 재야 민중세력은 제도권안에서는 분명히 미미하다. 그러나 비제도권안에서도 미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비제도권의 세력이 제도권을 무너뜨리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것도 과거의 역사를 보아도 알 수가 있다. 더구나 그 운동에 북의 힘이 가세될 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엄연한 사실을 고의로 외면하여 보혁구도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우리 현실을 보다 깊이 직시해 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3당 통합은 노태우정권만 강화했으며 그에 흡수된 야당 특히 김영삼세력은 정치생명을 잃고 자멸할 것이라는 비판이다.여기서 노태우대통령의 입장과 전야당출신 정치인들의 입장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오늘의 상황에서 노태우정권이 강화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나쁜 일이 아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이 노태우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면 그에게 임기중 소신껏 통치할 수 있는 힘도 주었어야 했다. 과거의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노태우대통령은 아무일도 못하고 2년을 허송세월했다. 그런데 나머지 3년마저 허송세월하는 경우 한국의 경제는 파탄되고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불안만 계속될 것이다. 그러다 국민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국위와 대외신용마저 땅에 떨어진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번 3당 통합은 단순히 노태우대통령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에게도 해로운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전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원들도 여기서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3당이 통합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안에 민정당계가 다수이고 민주ㆍ공화계가 소수이므로 전야당계 세력이 소외될 우려도 없지않다. 또 오랫동안 야당생활을 하던 정치인들의 체질이 여당체질로 바뀌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3당 통합이 오랫동안 유지되려면 전민정계의 정치인들이 전야당계 사람들을 적극 포용하고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여섯째,민자당은 내부의 파벌싸움으로 붕괴 또는 약화되고 평민당과 반대ㆍ재야세력의 저항이 격화됨으로써 정국이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그 위험은 기우가 아니라 현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민자당 지도층의 정치력과 대국민 영도력이 요망된다. 보수대연합에 대해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재야세력과 제일야당의 위치에서 군소정당의 지위로 밀려난 평민당의 반대투쟁은 당연한 것이다. 이에대한 민자당의 대응이 어떨 것인지 두고 구경할 수밖에 없다.
○정치문화 성숙 계기로
3당 통합에 의해서 한국정치는 4당 분열과 대립의 상태로부터 다시 우세정당제도로 되돌아갔다. 일본을 포함하여 아시아제국에는 여당이 정기집권하고 군소야당이 별로 힘을 못쓰는 우세정당제도 또는 지배정당제도가 훨씬 더 많다. 구미형의 양당제도나 유럽식 다당연합제도가 아무리 바람직스럽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를 뒷받침할 국내외 여건이나 국민의 정치문화가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세정당제도하에서 정치적ㆍ경제적 안정이 이루어지고 남북통일로의 접근이 이루어져야만 구미식 복수정당제도가 이 나라에도 꽃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본사논평의원>
1990-03-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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