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주택정책”… 값만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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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2-11 00:00
입력 1990-02-11 00:00
최근 주택전세값이 크게 오른데 이어 아파트값이 다시 들먹이자 주택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주택행정체제도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계,주택 및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4월 신도시 계획발표 이후 고개를 숙였던 아파트값이 다시 심상치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면서 차제에 주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아파트값이 서울 일부지역에서 고개를 들고 전세값이 폭등한 것은 지난해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부작용 및 증권시장부양자금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일관성이 없고 땜질식 주택정책 시행과 함께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조차 제때제때 파악하지 못해 뒤늦게 허겁지겁 대책이란 것을 내놓는 허술한 행정체제에 더 큰 원인이 있다.
현재 정부는 92년까지 2백만가구를 짖는다는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3년후 주택보급률을 72.9%까지 끌어올린다는 의욕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 엄청난 물량공급 계획은 앞으로의 주택수요를 조사하여 세운 것이지만 88년부터 폭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아파트값을 진정시키는데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데서 이미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건설목표 가구수에 맞춰 지역적으로 건설가구수를 안분하는데 그쳤을 뿐 주택수요와 부동산 거래동향 등을 감안,지역에 맞는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파트값이 올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때 급조해서 나온 것이 바로 분당ㆍ일산 신도시 건설계획이었다. 이들 신도시 건설계획은 초기에 아파트값을 일시 안정시키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효험도 1년이 채 못되어 점차 무력해지고 있다. 신도시계획 발표와 함께 서울지역에도 아파트를 많이 짓도록 해야 했음에도 아파트 분양가 현실화를 질질끌다 뒤늦게 함으로써 정책효과를 반감시켰다.
오진모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요즈음 주택전세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계기가 됐을 뿐이며 근본적인 원인은 서울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아파트값도 전세값에 치받혀 오른면도 없지 않으나 서울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언제든지 오를 잠재요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택전문가들은 주택건설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기능을 특화하되 가능한 한 빠른 시일안에 민간 아파트의 공급촉진에 제약요인이 되는 것을 없애주고,공공부문에서는 소득에 맞게 임대료를 낼수 있는 저소득층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갖고있는 또다른 문제는 공급을 늘리고 촉진한다고 하면서도 여러가지 걸림돌이 많아 소기의 목적달성이 어렵게 돼 있다는 점이다. 첫째가 분양가격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땅값 연동방식을 도입,8년만에 분양가격을 어느정도 현실화 했으나 주택건설업체들은 땅값산정을 감정평가사의 감정가격으로 계속 규제하자 땅값이 비싼 서울이나 수도권지역의 아파트 건설을 계속꺼리고 있다. 또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양도소득세 면세기간 연장 등으로 매물 출회를 막아 공급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주택행정체제에도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박돈서 아주대 교수는 의식주 문제중 의식문제는 해결되고 주 문제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이것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는데도 건설부의 1개국에서 주택문제를 다루고 있는데서부터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택국에는 4개과가 있으나 근로자 주택건설 추진등 그때그때 주어지는 일만 처리하는데도 쩔쩔매고 있다.
주택정책을 세우는데 크게 고려해야할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지역의 아파트값이 이미 한달 전부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주택국에서는 한참 뒤에야 들먹이고 있음을 알아채고 그때서야 부랴부랴 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앞당긴다는등 대책마련에 나서는 부산을 떨고 있다. 또 최근에 마련한 근로자주택건설 계획만 해도 사전에 건립목표 가구수를 세운 뒤에야 근로자 주택보유 실태 등을 조사하는등 순서가 뒤바뀐 일을 예사로 하고있는 것이다.
국토개발연구원의 이건영 연구위원은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주택정책을 세우려면 주택보유 실태,수요 및 거래동향 등에 대한 자료부터 충실하고 정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현재 경제기획원이 5년마다 시행하고 있는 주택센서스 외에 필요할 때마다 대도시 지역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택공급을 촉진하려면 세제,금융등의 대책까지 종합적으로 강구되어야 하는만큼 주택행정체제에 이같은 기능을 수행하거나 관계부처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택행정 기능의 강화와 관련,박돈서 교수는 한시적으로 주택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주택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박교수는 주택청 신설이 어려우면 건설부 주택관련 기구와 기능을 강화,세입자 대책등 주택에 대한 모든 일을 관장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유은걸기자>
1990-02-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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