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당직개편과 체제개편 시사의 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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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1-30 00:00
입력 1990-01-30 00:00
◎소야의 「지역당」 탈피,세 확장 포석/새 인사영입 「국민정당」 발돋움 겨냥/김 총재의 2선후퇴 현재론 회의적/집단지도체제 발언은 대외적 “명분찾기”

평민당이 29일 단행한 당3역 개편은 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지역당」 이미지의 탈피를 위한 1차포석으로 분석된다. 호남출신의원 일색이었던 당의 핵심 세자리 가운데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 등 두자리를 서울에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로 교체한 것은 이번 당직개편이 지역안배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는 점을 나타내주고 있다. 거대여당의 출현에 따른 당내 동요를 조기에 진정시키고 당내 결속을 다지겠다는 계산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김대중총재가 당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개편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한 것은 3당통합 후 「유일야당」으로 당세를 확장하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외부인사들에게 상층권의 자리를 보장해주고 당운영에 있어 「민주적」 방식을 약속해줌으로써 가능한 많은 「국민적」 인물을 끌어들여 「지역당」이 아닌 「국민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1인독주」라는 김총재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명분상으로라도 해소시켜 보겠다는 속셈도 작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점에서 평민당의 당직개편과 김총재의 당체제 개편 의사표명은 당 이미지 쇄신ㆍ당내 결속ㆍ문호개방으로 요약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앞으로 정국을 「민주대 반민주」의 2분 구도로 몰아붙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평민당 지도부는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통합 발표 이후 당의 고립화와 왜소화를 가장 우려해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국 구도를 여권측이 의도하는 보ㆍ혁구도가 아닌 민주ㆍ반민주의 구도로 끌고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이는 많은 국민들이 거대여당에 대해 자연 발생적으로 견제하려는 심리를 갖고 있고 이들 국민에게 평민당의 움직임이 반민주 세력에 대한 투쟁으로 비쳐질 경우 당의 위치가 한층 격상될 것이라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평민당은 시기적으로 보더라도 2월의 임시국회,3ㆍ4월의학원소요및 노사분규,5월의 광주문제 등 예상되는 일련의 큰 움직임들이 평민당을 유일 민주야당으로 부각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같다.

이같은 바람을 타고 일단 6월로 예상되는 지자제 선거에서 거대여당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해 입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 평민당의 중ㆍ단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에 가장 큰 장애물은 평민당이 갖고 있던 「지역당」으로서의 이미지와 김총재에 대한 고정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 평민당 내부에서도 이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범민주세력」 규합을 통한 「유일야당」으로서의 성장 또한 기대할 수 없다는 자탄이 공공연히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김총재 퇴진을 전제로 평민당을 해체하고 범민주세력을 끌어들여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김대중총재는 의원직 총사퇴,총선실시를 요구했고 2월 임시국회에서의 거당적인 투쟁을 선언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만 가중시킬 뿐 「난국타개」를 위한 뚜렷한 대처 방안으로는 인식되지 않고 있다. 3당통합과 내각제 개헌 반대를 위한 1천만명 서명운동 방안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5일 통합정국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당3역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당내 일각에서도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결국 당3역 교체조치와 집단지도체제 시사 발언은 수동적이고 표피적인 대응 방식으로는 자칫하면 당내 분열과 야권 분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적극적이고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변신의 방안으로 급선회한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김총재는 당초 당직개편은 2월 임시국회 이후로 잡았지만 김원기총무에 대해 정보판단 실수 등과 관련한 비판론이 워낙 거세 조기 경질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평민당이 과연 「지역정당」에서 탈피하고 거대여당에 대한 대체세력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당3역 교체에 있어 지역안배원칙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평민당의원들이 극히 몇명을 제외하고는 서울ㆍ호남지역 의원들로만 구성돼 있고 서울지역구의원들 가운데 다수가 역시 호남출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바꿔봐야 마찬가지라는 외부로부터의 인식은 현재의 평민당이 쉽사리 떨쳐버리기 어려운 고민이며 한계라고 하겠다.

외부인사 영입 문제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김총재의 발언대로 필요하다면 당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꿔 실질적인 「문호개방」을 통해 이들을 영입하겠다는 것이지만 과연 이 발언이 어느 정도의 호소력을 갖겠느냐는 데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집단지도체제가 되면 김총재가 리더로서의 입장을 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김총재는 『당내는 물론 재야에서도 나와 평민당을 구심점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는 말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영입대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야인사에 대해서는 『혁신이 아닌 중도성격의 민주인사』로 한계를 분명히 함으로써 영입과정에서 오히려 재야쪽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재야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김총재의 체제개편 시사발언이 2선 퇴진이라는 자기희생을 전혀 고려치 않고 범민주세력 통합주장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평민당내 통합파의원들도 범민주세력 규합을 위한 당차원의 노력이 신통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적지 않은 반발을 보일 태세여서 평민당은 자칫하면 안팎으로 3중ㆍ4중의 시련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김명서기자〉
1990-01-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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