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전동차 1백10량 중차분에 대한 입찰이 또다시 유찰되는 것을 보는 시민의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 돈을 아껴쓰겠다는 서울시의 태도도 틀린 것은 아니고 88년도의 값으로 90년도에도 만들수는 없다고 하는 업계의 설명도 단순한 억지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더욱 지옥철화하고 있는 지하철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절약하는 행정과 손실없는 기업경영을 뛰어넘는 현실적 고통이 더 답답하다는 난처함을 갖고 있다. ◆서울시나 기업이나 실은 이점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동차는 지금 서울의 막다른 교통난을 해결하는데 거의 유일한 출구의 열쇠이다. 따라서 행정적으로는 단순한 조달차원의 물품이 아니고 또 기업으로서도 그저 이익이 남으면 만들고 안남으로면 안만들어도 되는 생산품이 아니다. 금년 국정지표에도 정리돼 있듯이 교통문제의 해결은 5대 당면과제중의 하나이고 그러니 전동차는 국가적 공공적 필수품인 것이다. ◆공공적 필수품이기 때문에 또 따져야 하는 것은 그것의 값만이 아니라 그것이 필요로하는 시점이다. 바로 이점을 문제해결의 전제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책임도 누군가는 져야만 옳을는지 모른다. 더욱이 전동차는 국내기업들끼리의 경쟁품목도 아니다. 이미 지난해 내내 국내기업들끼리의 담합이 장애라면 국제입찰을 하겠다는 논란까지 있어 왔다. 우리가 이를 주춤하게 했던 것은 그나마 수준의 국내 전동차업계에 매달려 있는 부품업체가 2백50여개나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능력으로 푸는 지혜가 좀더 성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특히 공공적 문제의 적절한 시간적 해결의 예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전동차 유찰에서 가장 실망하는 것은 자기가 맡은 일의 범위내에서만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같은 것이다. 언제 나라와 국민적 역량이 커지겠는가. 타협점을 즉시 찾아내야 할 것이다.
1990-01-12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