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의 명분과 그 허실(사설)
수정 1990-01-09 00:00
입력 1990-01-09 00:00
정계개편문제는 지난 연말 박준규 당시 민정당대표위원이 보수대연합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가 그 여파로 사임하면서 본격적인 관심을 끈 이래 지난 6일 김영삼 민주당총재와 김종필 공화당총재가 골프회동을 통해 민주ㆍ공화 합당가능성을 밝힘으로써 보다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두 김총재는 『현재의 4당체제는 정치안정에 부적당하다』는 점을 개편의 가장 중요한 명분으로 제시했다.
명분으로서는 매우 합당한 것이다. 사실 여소야대의 4당체제는 지난 2년동안의 운영결과 정치불안을 안고 있는 체제였고 속출하는 국내외의 새로운 상황에 적극 대처하기에는 부적당했음이 드러났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런 체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히 나와야 할 것이고 그 방향은 지금까지있어온 정치 불안정을 줄이고 극복해 나가는 구도이어야 한다.
다만 김영삼총재가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민주공화당의 지방자치의회의원 선거전 합당은 너무 성급한 느낌이다. 이것이 과연 정치안정에 얼마나 기여할는지도 의문이다. 정치의 안정은 현실적으로 보아 여당 또는 그 연합세력이 원내 과반수 이상의 안정된 의석을 확보하거나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여야가 대화와 토론에 능숙한 정치문화를 이룩해야 가능하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공화 합당만으로는 4당이 3당으로 줄었을 뿐 앞에 말한 두가지 조건중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마저 있다.
원내 3,4당이 통합해 제1야당이 되는 것만으로는 정치안정의 담보가 될 수 없으며 하나의 정략적 추진에 불과할 뿐이다. 두 김총재가 『이제 대립과 분열 등 선명투쟁의 정치행태와 문화를 청산하고 정책경쟁의 새 정치질서를 전개해야 한다』고 한 합의에 유의하면서도 정치문화의 선진화는 우리 현실에서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보이기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두 야당의 궁극적 목표는 민정당이 포함된 보수대연합 구도가 될 터이나 이 역시 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민정당도 현재의 4당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변화의 방법을 놓고 보수대연합이냐,평민당과의 정책연합이나 지자제연합공천 등의 형태냐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것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는 11∼13일에 걸친 노태우대통령과 3야당 총재와의 개별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교감이 될 것으로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실체가 확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모든 개편논의가 보다 정당성을 얻으려면 정치지도자들의 자성어린 각오가 필요함을 지적한다. 현재의 4당이 각당 총재의 주도로 만들어졌고 그나마 지역당 성격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의 시정방안이 개편과 관련하여 피력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2선에 물러서 돕겠다는 의지가 표명될 때 개편의 당위성은 더욱 돋보일 것이다.
1990-01-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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