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에가 마이애미로 압송/미,마약 밀매혐의로 오늘 전격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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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1-05 00:00
입력 1990-01-05 00:00
◎교황청 대사관서 나와 미군에 투항

【워싱턴 AP AFP UPI 연합】 실각한 파나마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이 3일밤(현지시간) 미군 당국에 투항,마약밀매혐의에 관한 재판을 받기위해 미국으로 압송됐다.

부시 미대통령은 이날 TV로 생방송된 연설을 통해 노리에가장군이 파나마정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미당국에 투항했다고 밝히고 노리에가장군의 체포로 미국은 파나마내 미국인 인명 보호와 파나마 민주회복,파나마 협정수호 및 노리에가 체포등 구랍20일 감행한 대규모 군사개입의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노리에가 장군이 교황청 대사관에서 파나마시티내 하워드 공군기지로 이송된뒤 미마약단속국요원에게 체포됐다고 밝히고 그는 지난 88년 자신을 마약거래 혐의로 수배한 마이애미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노리에가 장군에게 공정한 재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미국이 그를 체포,미국에 인도한다는 사실은 마약판매혐의자가 법망을 피할 수 없다는미국의 진지한 결의를 분명히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리에가 장군은 이날 하오8시50분(한국시간 4일 상오 10시50분) 9일간의 피신끝에 흰 옷차림으로 미군의 삼엄한 포위망이 펼쳐진 교황청에서 걸어나와 대기중이던 미군 헬리콥터에 탑승,하워드 공군기지로 향했는데 그의 이같은 투항은 그의 제3국 망명설과 석방에 관한 협상설이 나도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다.

【마이애미ㆍ워싱턴 AP AFP UPI 연합】 미군의 침공작전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파나마의 실력자 노리에가장군이 미군에 투항,4일 새벽(현지시간)항공기편으로 미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로 이송됐으며 5일 상오6시(한국시간)에 마이애미의 연방지방법원에 출두해 심문을 받게될 것으로 전해졌다.

노리에가장군은 이날 새벽 2시45분(한국시간 하오 4시45분) 미군C130수송기에 태워진 채 마이애미 남방 40㎞지점에 위치한 홈스테드공군기지에 도착했으며 도착한지 6분후에 모처로 옮겨졌으며 30여분뒤 4대의 리무진이 엄중한 경비망이 쳐진 마이애미 법원구내로 진입하는 것이 목격됐다.

◎제3국 망명 차단ㆍ국민들 시위겹쳐 굴복/미군철수 늦어지면 「주권침해」비난 재발(해설)

파나마주재 바티칸대사관에 피신,정치적 망명을 요구하던 파나마의 독재자 노리에가 마침내 미국에 투항,미군수송기편으로 미플로리다로 이송됨으로써 미국의 파나마침공작전은 일단락됐다.

노리에가가 제3국으로의 망명을 포기하고 미국에 투항키로 스스로 결정한 것은 지난 12월30일 교황청이 『노리에가는 정치 또는 외교적 망명을 요청한 신분이 아니라 범죄자로 기소된 신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선언,제3국 망명에의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데 따른 때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리에가에겐 ▲파나마국민들의 분노속에 무한정 바티칸대사관에 머무르는 길 ▲미국 또는 파나마정부에 투항하는 길외엔 달리 선택의 방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황제로 자처해온 노리에가로선 바티칸대사관 인근에서 연일 계속되는 국민들의 시위를 견디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결국 투항의 길밖에 없다면 사형선고를 내릴지도 모르는 파나마 새 정부보다는 사형에는 처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미국을 선택하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희망하는 대로 노리에가에 대한 재판이 열리기까지는 먼저 해결돼야 할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남아있고 설사 재판이 성공적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이번 미군의 파나마무력침공은 부시행정부와 엔다라 파나마정부 모두에 큰 부담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노리에가의 재판을 둘러싼 가장 큰 어려움은 이 재판이 과연 합법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미국은 노리에가가 「미국과 전세계의 청소년들에게 해독을 끼친」중요한 범죄자로서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마르코스 전필리핀대통령의 경우애서 보듯 외국지도자를 미국내에서 재판에 회부한 선례가 있어 노리에가의 재판에 아무문제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파나마헌법이 범죄자의 외국인도를 금지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미국이 약속하고 있는 것처럼 노리에가에 대한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느냐도 문제다.

한편 부시 미대통령이 CIA국장으로 재임했던70년중반 CIA의 앞잡이로 활약했던 노리에가가 정치ㆍ외교적으로 민감한 극비정보를 재판과정에서 폭로할 우려가 있어 재판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

이런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노리에가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면 노리에가는 최소1백10만달러의 벌금형에 최고 1백45년의 징역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노리에가의 재판이 마약퇴치를 위한 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과시하는 것은 되겠지만 마약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은 될 수 없다는데서 미국의 파나마침공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을 남기고 있다.

먼저 지난 21년간 파나마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파나마군부가 민간정부아래서 정치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생기는 문제도 적지않다.

파나마군부는 그동안 노리에가의 사병처럼 돼와 엔다라정부에 대한 충성도는 여전히 의문시되는 상태다. 때문에 미군이 치안유지등 모든 역할을 담당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파나마주둔 미군의 철수가 늦어지면 새정부의 주권확보문제가 비난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고 중남미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미국의 영향력에 반발하는 상당수의 중남미국들은 엔다라 정부에 대한 승인을 미군철수와 연계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어 미군철수는 미국과 파나마 모두에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파나마침공에 대한 세계여론의 비난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길은 파나마에 진정한 민주정부가 뿌리를 내리고 파나마경제가 소생될 수 있도록 성의있는 지원을 아끼지않는 방법뿐일 것이다.<유세진기자>
1990-01-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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