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60년] <10·끝>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 과제 (하)평화협정 쟁점
수정 2013-07-25 00:04
입력 2013-07-25 00:00
협정당사국 논란·북핵 등 난제 불구 ‘불안한 평화’ 극복노력 절실
전쟁을 일시 중단한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평화’가 계속되고 있지만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길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화천 사진공동취재단
우선 평화체제 구축의 법적 문제라 할 수 있는 평화협정 체결 당사자 문제, 주한미군 철수 또는 위상 변경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 복잡하고 휘발성 강한 문제들이 맞물려 있다. 남북만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지켜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득실을 조정, 평화체제 전환에 대한 동의도 이끌어 내야 한다.
평화체제 구축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해법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남북한과 국제사회는 우선 이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 평화협정의 이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종전선언까지 가는 길만 해도 넘어야 할 장애물과 다뤄야 할 쟁점이 곳곳에 산적한 ‘지뢰밭’이다.
평화협정 체결의 첫 번째 걸림돌은 당사국 문제에 대한 남북의 인식 차다. 우리 측은 기본적으로 남북이 함께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남북한 당사자 원칙’을 토대로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는 ‘2+2’ 방식 등을 고민해 왔다.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에도 남북·미·중 네 나라가 별도의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를 협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종전 선언을 위해 4자가 모이는 것은 이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향후 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에 한국전이 종료됐음을 확인하는 ‘정치적 선언’이란 점에서다. 다만 여기에도 남북 간 신뢰구축 조치가 취해지고 군비 통제와 감축이 이뤄지는 등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문제가 따른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남북 군사회담이 열린 적은 아직 없다. 이전 정부에서 남북 장성급 회담 등이 열렸을 때도 NLL 문제에 막혀 신뢰 구축이나 군비 통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가뜩이나 민감했던 NLL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을 계기로 일파만파 커지면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남북한의 ‘화약고’가 됐다.
NLL 문제가 자주 불거지는 이유는 현실적 실효성에도 불구하고 정전협정 자체에 해상 경계선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NLL 재획정 문제를 거론할 것은 분명하다. 남한 내부에서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가 또다시 등장하면서 새로운 남남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잘 풀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내부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도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적어도 평화유지군으로의 위상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는 1953년 8월에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당사국 중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받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미군의 대한민국 영토 주둔을 허락하고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북한의 요구가 없더라도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 변경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주한미군 문제는 평화체제 전환 과정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한미군 대신 평화협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할 유엔 평화감시단을 불러들일지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이와 함께 유엔사 해체와 한·미동맹 전면 재조정, 미귀환 포로의 송환 문제가 뜨거운 논란 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3-07-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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