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만 고집했다간 필수 단백질 부족 시달린다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수정 2025-04-19 14:00
입력 2025-04-19 14:00

픽사베이 제공
건강과 환경에 관한 관심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주변에 채식주의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특히 식단을 가장 엄격하게 지키는 비건은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달걀, 꿀 같이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을 일절 거부한다. 이들은 주로 식물 단백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필수 아미노산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루 필요 총단백질을 섭취한다고 하더라도 필수 아미노산은 여전히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질랜드 매시대 수학·컴퓨터 과학부, 스포츠 및 영양학부 공동 연구팀은 비건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일일 총단백질 섭취량은 충족하지만, 라이신과 류신 같은 일부 필수 아미노산은 요구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4월 17일 자에 실렸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분자로 이뤄져 있다. 인체는 대부분의 아미노산을 합성할 수 있지만, 스스로 만들 수 없는 필수 아미노산 성분 9종이 있다. 이들 필수 아미노산 9종은 음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비건 식단의 단백질에 관한 앞선 연구에서는 특정 아미노산이나 다양한 음식의 소화율을 고려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193명의 비건을 대상으로 나흘 동안 상세한 식단 일기를 쓰도록 한 뒤 분석했다. 연구팀은 미국 농무부와 뉴질랜드 식품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바탕으로 실험 참가자들이 섭취한 음식에서 얻은 아미노산 섭취량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실험 참가자의 4분의3은 일일 총단백질 요구량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체중으로 고려했을 때도 필수 아미노산 섭취량도 요구량을 어느 정도 충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소화율을 고려해 다시 계산한 결과, 참가자의 절반 정도만이 라이신과 류신의 일일 섭취량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신은 근육 형성, 칼슘 흡수, 면역력 증진 등에 도움을 주며, 류신은 근육 증가와 유지에 관여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워렌 찰스 맥냅 매시대 교수는 “비건 식단은 채식주의에서 가장 제한적 형태로 모든 영양소를 전적으로 식물성 원료에 의존하는 데, 많은 식물성 식품이 신체에서 흡수되고 활용할 수 있는 아미노산량이 적다”라며 “필수 영양소의 장기적 결핍은 전반적인 단백질 균형, 근육 유지 등 생리적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찰스 맥냅 교수는 “비건 식단에서 단백질 흡수를 높이려면,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며 “콩류, 견과류, 씨앗류 섭취를 늘리면 전체 단백질 섭취량뿐만 아니라 라이신과 류신 섭취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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