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이라고 다 같은 바이킹이 아니라고! [사이언스 브런치]
유용하 기자
수정 2024-11-27 14:00
입력 2024-11-27 14:00
바이킹은 8세기 말부터 11세기 말까지 스칸디나비아 일대를 중심으로 중유럽까지 항해하며 교역하거나 약탈한 민족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현재 북미지역까지도 항해했으며,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던 당시를 바이킹 시대라고 부를 정도이며, 이들의 문화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정착하고 활동했기 때문에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미국 와이오밍대, 루이빌대, 덴마크 페로제도대 공동 연구팀은 아이슬란드와 인근 페로 제도에 거주했던 바이킹들은 다른 조상을 가진 종족이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최신 유전학’(Frontiers in Genetics) 11월 25일 자에 실렸다.
바이킹이 정착한 지역 중에는 영국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사이에 있는 북대서양의 18개 섬으로 이뤄진 페로 제도도 있다. 페로 제도에 가장 먼저 정착했던 사람들은 약 300년 겨우 켈트 수도사나 브리튼 제도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1200년경 쓰인 ‘페레이다 전설’에 따르면 그리무르 캄반이라는 바이킹 부족장이 872~930년 사이에 페로제도에 정착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스칸디나비아 어느 지역에서 왔을까.
연구팀은 페로 제도의 보르도이, 스트레이모이, 수두로이 섬에 사는 남성 139명의 Y염색체에서 12개의 ‘짧은 반복 서열’(STR) 유전자형을 분석했다. 이를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의 남성 412명의 유전자형과 비교해 바이킹의 근거지를 추적했다. 특히 연구팀은 STR 내 단일 염기 다형성(SNPs) 변이 분석을 위해 ‘모달 일배체형에서 변이 거리’라는 새로운 유전자 분석법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페로 제도 사람들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인들의 유전자형 범위와 유사했지만, 아이슬란드인들의 유전자형과는 뚜렷하게 차이를 보였다. 이는 그동안 페로 제도와 아이슬란드에 정착한 바이킹들은 노르웨이 쪽에서 건너온 사람들일 것이라는 추정과는 다른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페로 제도에는 스칸디나비아 본토의 다양한 사람들이 정착했고, 아이슬란드에는 유전적으로 이질적인 바이킹 집단이 정착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틸퀴스트 루이스빌대 교수(진화인류학)는 “이번 연구를 통해 페로 제도와 아이슬란드는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두 집단 간 혼혈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북대서양 지역으로 바이킹의 확산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연구는 역사책에서 전해지는 것보다 더 복잡 미묘한 바이킹의 역사를 과학으로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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