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갑시다”…93세에 아내 손잡고 ‘동반 안락사’ 선택

수정: 2024.02.11 20:31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
70년 해로한 부인과 동반 ‘안락사’
“손 잡고 죽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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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 EPA 연합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가 부인과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11일(한국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판아흐트 전 총리와 부인 외제니 여사가 지난 5일 93세 일기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헤라르 존크먼 권리포럼 연구소장은 네덜란드 공영 방송 NOS에 “판아흐트 부부가 모두 매우 아팠으며 서로가 없이는 떠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1977∼1982년 총리를 지낸 판아흐트 전 총리는 2019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계속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판아흐트 전 총리가 생전에 설립한 ‘권리포럼’ 연구소는 “판아흐트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판아흐트 전 총리는 70여년간 함께 산 동갑내기 아내를 항상 ‘내 여인’이라고 부르는 등 애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는 합법이다. 네덜란드는 환자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 치료의 가망이 없고 오랫동안 죽음에 대한 소망을 밝히는 등의 6가지 조건 아래에서 안락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2년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택한 사람은 총 8720명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에서 처음 동반 안락사 사례가 보고된 2020년 26명(13쌍)이 동반자와 함께 생을 마감했으며 이듬해에는 32명(16쌍), 2022년에는 58명(29쌍)이 동반 안락사를 택했다.

다만 네덜란드 안락사 전문센터의 엘케 스바르트 대변인은 동반 안락사도 요건을 엄격하게 검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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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 EPA 연합

스바르트 대변인은 “동반 안락사 요청이 늘고 있다”며 “두 사람이 동시에 치료에 대한 가망 없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 함께 안락사를 원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한편 네덜란드를 캐나다, 미국, 호주(6개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이 조력 자살을 합법화했다.

최근 국가마다 허용 움직임이 늘고 있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오리건, 버몬트, 메인, 콜로라도, 하와이 등 10개 주와 워싱턴DC에서 말기 환자의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1994년 존엄사법을 최초 도입한 오리건주는 지난해 주 주민만 가능하다는 ‘거주 요건’을 없앴고, 버몬트주도 뒤를 따랐다.

버몬트주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 진료, 평가하지 않아도 원격 의료를 통해 조력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품위 있는 죽음’과 윤리·사회적 부작용 사이에서 논란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력사 반대론자들은 당장 “장애인들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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