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나무와 나, 오롯이 나누는 숨[포토다큐]

박윤슬 기자
업데이트 2022-07-20 02:06
입력 2022-07-19 17:26

나무와 사람의 공생 길잡이 ‘아보리스트’

밧줄 하나에 맨몸 맡기고 10m 넘는 나무를 훌쩍
생채기 내지 않으려는 노력, 자생력 불어넣는 마음
최소 4~5년 기다림 끝에 맞이할 생명의 위대함
다시는 무참히 가지치기한 가로수 마주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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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 센터장이 로프를 타고 나무 위로 오르고 있다. 아보리스트는 인간과 환경의 건강한 공생을 위해 나무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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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나무와 숲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수목 관리에 대한 체계는 수십년이 흘러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볼품없는 모습으로 절단된 가로수가 이런 현실을 방증한다. 우리는 과연 나무와 공생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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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센터장이 25m가 훌쩍 넘는 상수리나무 위로 올라 죽은 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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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사다리 없이 ‘나무 위를 걷는 사람들’

아보리스트(Arborist)는 클라이밍 장비를 이용해 수목 관리나 특수한 목적을 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전문가를 말한다. 우리에겐 아직 낯선 직업이지만 선진국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수목 관리가 정체된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들에서는 많은 연구와 발전이 있었다. 결론은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만약 개입이 필요하다면 자격이 있는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두절(나무 머리 자르기), 가지터기(가지를 일부 남겨 두고 자르기), 평절(바짝 자르기) 등 가로수 전정 작업은 고사(枯死)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 나무의 재생력은 동물의 방식과 다른데 이를 정리한 것이 ‘나무의 부후 구획화 이론’(CODIT)이다. 아보리스트는 이런 해부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수목을 생태역학적으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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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리스트들의 일은 매듭으로 시작해 매듭으로 끝난다. 김 센터장이 심기호씨에게 매듭법을 알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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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센터장이 잘못된 가지치기 샘플을 보여 주며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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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센터장이 심씨에게 아보리스트의 기본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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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아보리스트 김병모(62)씨가 2011년 강원 강릉 오대산 깊은 산속에 설립한 WOTT 트레이닝센터는 아보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의 요람이다. 센터에서 만난 6년차 조경업자 심기호(40)씨도 그중 한 명이다. 심씨는 “그동안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무를 타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적으로 등목(클라이밍)도 배우고, 부족함을 느꼈던 나무 치료나 전지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아보리스트 교육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국내 1호 아보리스트 김병모, 트레이닝센터 꾸려

기본적인 이론 수업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가 본격적인 실습을 진행한다. 오자미를 묶은 로프를 높이 던져 가지에 건다. 족히 10m는 될 만한 높이인데 단번에 로프가 걸린다. 센터 이름인 WOTT(Walking On The Tree Top), 즉 ‘나무 위를 걷는 사람들’처럼 아보리스트는 크레인이나 사다리 없이 로프를 이용해 맨몸으로 나무 위를 오른다. 나무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친환경적인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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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리스트는 작업 시 15㎏ 이상의 장비를 지니고 나무 위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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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우리나라 수목 관리에 대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자체 등에서는 보여 주기식 성과를 바라는데 식물의 특성상 최소 4~5년은 지나야 변화를 볼 수 있다”며 “멀리 내다보는 안목과 과학적인 관리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보리스트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충분히 공부하고 훈련한 뒤 실전에 투입돼야 나무도, 사람도 안전할 수 있습니다.” 

박윤슬 기자
2022-07-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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