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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향 가득, 중식에 딱[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수정: 2022.07.15 09:53

<끝> 여경옥 셰프 ‘따거맥주’

中캐릭터 부각한 가벼운 라거
중국요리 감칠맛 한껏 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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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경옥 셰프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 소공점의 중식 레스토랑 ‘도림’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그려진 ‘따거 맥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조 ‘스타 셰프’인 여경옥(60) 롯데호텔 고문은 두말할 필요 없는 국내 중식계의 ‘큰형님’입니다. 중국어로는 ‘따거’라고 하죠.

그는 셰프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1990년대 신라호텔에서 근무하며 ‘팔선’을 고급 중식 레스토랑의 상징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이후 독립해 서울 광화문 인근에 차린 레스토랑 ‘루이’를 통해 직장인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텔식 중식을 제공하며 중국 요리의 대중화를 이뤘죠. 중식 레스토랑 ‘도림’을 운영하는 롯데호텔은 이런 그를 업계 최초로 임원(상무이사)으로 영입하는 파격적 대우로 식당의 리뉴얼을 맡기기도 했고요.

온갖 컬래버레이션 맥주가 난무하는 시대이지만, 여경옥이라는 대한민국의 ‘레전드 셰프’가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건 ‘따거 맥주’를 출시했다고 하니 마셔 보고, 만나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얼굴을 캐리커처한 라벨을 가리키며 “가벼운 라거 타입에 재스민향을 첨가해 중국 캐릭터를 부각시킨 맥주”라고 설명했습니다.

평소 그와 알고 지내 온 수제맥주 업체 부루구루의 박상재 대표가 “중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맥주를 같이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와 ‘따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하네요.

여 셰프가 직접 조리한 양장피 한 접시를 따거 맥주에 곁들여 마시니 양장피 특유의 경쾌한 맛이 은은한 재스민향과 잘 어우러지더군요. 무엇보다 중국 음식을 먹으며 ‘중식의 대가’를 떠올릴 수 있는 맥주를 마시니 음식의 감칠맛이 한껏 더 살아나는 느낌이 들어 흥이 났습니다. ‘플라세보효과’라 해도 먹는 순간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맥주의 존재가 반갑기도 했고요.

평소 여 셰프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성격 또한 경쾌한 캐릭터의 따거 맥주와 꼭 닮아 있습니다. 그는 오늘날 성공한, 대표적인 화교 출신 중식 셰프라는 화려한 커리어를 가졌지만 10대 땐 고등학교 진학 대신 동네 중국집 배달원으로 취직했을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세 살 터울의 친형 여경래 셰프와 함께 일하며 배달원에서 주방 보조로, 주방장에서 호텔의 핵심 셰프로 단계를 밟아 나갔죠. 그는 반세기 가까이 이어지는 자신의 놀라운 커리어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하면서도 “인생에서 힘든 시기는 누구나 있지만, 스스로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인생을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주변 환경에 상처받지 말고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요.

이런 가치관 덕분일까요? 그는 환갑의 나이에도 자신의 본업을 유지하며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해 수개월 만에 구독자를 10만명 가까이 모으는 에너지를 보여 줬답니다. 따거의 ‘인생 조언’을 떠올리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이 그 어떤 카운슬링보다 위로가 되는 여름밤입니다.

심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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