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여제 “독감이라 말하고 낙태...자기결정권 존중해야”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업데이트 2021-12-02 16:24
입력 2021-12-02 16:24

보수 성향 美 대법원, 낙태권 놓고 토론
최종 판결 내년 6월말…낙태 불법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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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진 킹
빌리 진 킹 트위터 계정 @BillieJe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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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를 주름잡은 여자 테니스의 전설 빌리 진 킹(78)이 20대 시절 낙태 경험을 털어놨다. 여성의 낙태권을 금지하려는 보수적인 미국 연방대법원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킹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내가 세계 여자 테니스 랭킹 1위였던 27살 때, 시합 도중 코트에서 거의 토할 뻔한 후 임신 사실을 깨달았다”라며 “언론에는 독감이라고 둘러대고 대회를 포기한 뒤 남편과 상의해 낙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킹은 낙태가 합법이었던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했지만 10여명으로 구성된 병원위원회에 나가 낙태가 필요한 개인 사정을 설명해야 했고 남편의 법적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치욕적인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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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빌리 진 킹
선수 시절 빌리 진 킹 빌리진킹닷컴(www.billiejean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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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복식, 혼합복식을 통틀어 39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차지한 킹은 5차례에 걸쳐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전설적인 선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남성 선수보다 현저히 낮은 여성 선수의 우승 상금을 높이기 위해 싸우고, 짧은 치마만 입도록 한 테니스대회 규정에 반기를 든 여성운동가이기도 했다. 1973년에는 “여자는 실력이 떨어지니 상금이 적은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던 전 세계 랭킹 1위 바비 릭스(당시 55세)와 성대결을 벌여 3대0 완승하기도 했다. 이 역사적인 경기를 전세계 9000만명이 TV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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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성대결
세기의 성대결 1973년 9월 20일 미국 휴스턴 아스트로돔에서 당시 여자 테니스 랭킹 1위 빌리 진 킹과 전 남자 테니스 랭킹 1위 바비 릭스가 악수하고 있다. 전세계 9000만명이 TV 중계로 지켜 본 이 세기의 성대결은 킹의 3대0 완승으로 끝났다.
이 경기 후 열린 당해 US오픈은 남녀 선수 모두에게 동등한 상금을 제공한 첫 번째 메이저 대회가 됐다. 현재 4대 메이저 대회는 여성과 남성에게 같은 상금을 제공한다. 20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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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은 “내 일생은 모든 사람의 평등을 위한 것이었다”라며 “낙태권만큼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몸과 미래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잃으면 그동안 여성들이 누린 많은 것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하는 미시시피주의 법률을 놓고 구두 변론을 열었다. 미국은 ‘로 대 웨이드’라 불리는 1973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여성의 낙태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6대3으로 보수 성향 대법관이 우위를 점한 대법원은 이 판례를 뒤집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내년 6월말 또는 7월초 나온다. 로 앤 웨이드 판결이 번복된다면 최소 20개주에서 낙태가 불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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