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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오남마을/김용일 - 바람/강준철

수정: 2021.10.2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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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을 담은 집. 24일까지 학고재아트센터 개인전



바람/강준철

부처님이 대나무 숲속을 뛰어다니신다

부처님이 갈참나무에서 굴참나무로 굴참나무에서 졸참나무로

떡갈나무로 신갈나무로

날아다니신다

풀숲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가

새파랗게 침을 세우고 있는 밤송이를 따먹고

장미꽃 속에 들어가 가부좌를 튼다

하늘로부터 수많은 부처님이 추락한다

가을바람을 따라 걷습니다. 옥천 샛강도 따라오는군요. 굴참나무 우거진 숲 안에 작은 절집 있습니다. 바람이 굴참나무 노란 잎들을 허공에 뿌립니다. 첨화실이라는 두 칸 승방이 보이는군요. 꽃을 꽂는 방이라는 이름 마음에 듭니다. 부처의 마음을 찾는 방이라는 뜻이겠지요. 부처라는 말 소박하고 신비합니다. 아비와 처라는 말로 들립니다. 바람에 날리는 지상의 아비와 처가 이승의 언덕에서 만나 살붙이를 낳고, 함께 모여 밥 먹고 일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세상. 우리가 꾸는 꿈도 이 근처 어디에 있지 않겠는지요. 부처는 신의 이름이 아닌 내 곁에 사랑하는 이웃의 이름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단풍잎의 이름이고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의 이름입니다.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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