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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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조 들여 노후학교 리모델링…이름만 바꾼 ‘혁신학교’ 만드나

수정: 2021.08.20 01:56

[대치동 언저리 기자의 교육이야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추진

토론·참여 수업 강점 내세우지만
“학력 떨어진다” 학부모 불신 커져
공사기간 모듈러 교실 이용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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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말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입구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설치한 조화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청담동, 여의도동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정문에 난데없이 수십개의 조화가 놓이는 일이 생겼다. 조화는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이 일일이 수만원씩의 돈을 내고 주문했다.

이 조화들은 교육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자 한국판 뉴딜 사업 가운데 하나로 내놓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그린스마트 학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대상 학교로 선정되자 강남과 여의도 학부모들은 학교 앞에 조화를 배달하며 그린스마트 학교가 또 다른 이름의 혁신학교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2025년까지 40년 이상 된 전국 1400여개 학교에 18조원 이상을 투입해 건물을 고친다는데 왜 학부모들은 반대할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일 개축대상인 그린스마트 학교 93개교를 선정 완료했다며 35개 학교 명단을 발표했다. 발표 다음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그린스마트 학교는 큰 혜택이지만 ‘오해’로 반대 의견을 제출한 학교도 있다며, 이런 학교는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린스마트 학교는 단순히 학교 개축사업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교육참여를 통해 학교공동체를 혁신하고,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민주시민교육과를 만들었다. 2022년에는 민주시민교육이란 독립 교과목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치동 학부모들은 민주 시민의식 양성, 공정, 평등을 내세우는 교육이 공교육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고 비판한다.

공교육 하향평준화의 대표적 사례로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진로와 직업을 탐색하고자 시행된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를 든다. 자유학기제에서 시작된 자유학년제로 전국의 중1은 1년간 시험 없이 진로 관련 수업을 듣는다.

학부모들은 “직업 체험으로 바리스타, 비누 만들기를 하는 학생이 있고 병원, 로펌, 대학, 기업으로 체험을 가는 학교가 나뉜다”면서 “직업 체험 후 유흥가를 가는 학생들이 있고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 있다”고 체험 교육의 양극화를 지적한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수업으로 현장 체험은 할 수 없었다.

그린스마트 학교가 내세운 토론식·참여형 수업, 삶을 기반으로 한 역량교육, 창의융합형 수업 등도 공교육의 하향평준화를 낳을 것이라 학부모들은 우려한다.

학교 공사 기간에 학생들이 모듈러 교실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도 학부모들의 불만이다. 교육 당국은 모듈러 교실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건물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컨테이너 교실보다는 낫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그린스마트 학교가 순수한 목적의 건물 수리가 아닌 특정 교육세력이 ‘민주시민교육’이란 미명 아래 학교를 공동체 연대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그들만의 이념 교육이 들어 있어 이름만 바꾼 혁신학교의 부류라고 보고 있다.

한 강남 학부모는 “순수한 목적으로 학교 시설개선을 해 주면 누가 반대하겠나”라면서 “기존 혁신학교 반대가 심하니 학교 시설개선이란 명목으로 이름만 다른 혁신학교를 만들어서 전교조 이익을 보호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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