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발언 그 뒤에 프리드먼 ‘선택할 자유’ 있었다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업데이트 2021-08-04 00:29
입력 2021-08-03 22:22

정부의 시장규제 비판한 프리드먼
美 FDA·소비재안전위 폐지 주장

‘시장은 선, 정부는 악’ 이분법 무리
전문가 “식품을 예로 든 건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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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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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부정식품을 선택할 자유’를 언급하며 자유지상주의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해 주목된다. ‘부정식품’ 언급뿐만 아니라 ‘120시간 노동을 선택할 자유’ 등의 발언이 단순히 윤 전 총장의 실언이 아니라 프리드먼의 자유지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그의 보수적 경제관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부친이 권한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 감명을 받았다며 “없는 사람은 그(부정식품 기준보다)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프리드먼의 주장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검찰에 있을 당시 부정식품 단속, 공권력 발동을 막는 근거로 프리드먼의 주장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윤석열 캠프 이상록 대변인은 3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식품을 만들어 유통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먹을 수 있고 안전하지만 법적 기준 때문에 버려지는 식품을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을 그보다 더 긴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법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해 통과시켰다며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이 법의 취지와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해명에서도 ‘시장 자유’와 ‘정부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프리드먼의 주장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프리드먼은 20세기 중반 정부의 역할 축소를 주장하며 자유방임 자본주의를 부활시킨 학자로 꼽힌다. 윤 전 총장이 인용한 ‘선택할 자유’에서 프리드먼은 미국의 1970년대 경기 침체와 소비재 품질의 하락은 과도한 정부의 기업 규제에 기인한다며 식품의약국(FDA), 소비재안전위원회(CPSC) 등 규제당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의 자유지상주의는 ‘시장은 선, 정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신념에 기반하고 있어 현실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윤 전 총장이 프리드먼의 이론을 적용하기 어려운 식품 분야를 예로 든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택할 자유’는 개인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제재에는 적용될 수 있으나, 어린이들도 사 먹을 수 있는 식품이나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사모펀드 등에는 적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21-08-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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