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공유전체메뉴

편견 지우고 개성을 새기다… 우리 아빠는 ‘예술가’입니다

수정: 2021.07.09 01:45

[포토다큐] 타투이스트의 세계

확대보기

▲ ‘타투이스트 도이’ 김도윤씨가 서울의 한 작업실에서 타투 작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국내 타투 위생 감염 지침이 없어 해외 타투이스트의 지침을 적용해 안전한 타투 작업을 한다.

신체를 캔버스 삼는 예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기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오랫동안 타투의 이미지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양아치 같다’, ‘험악하다’ 등의 고정관념을 갖거나 영화 속에서 건달들의 몸을 친친 휘감은 용이나 호랑이 무늬를 연상하곤 했다.

확대보기

▲ 타투 작업 시 사용하는 컬러 잉크. 각각 고유의 색이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그림의 색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그랬던 문신이 명예회복을 했다. ‘타투’라는 단어로 복권된 것은 물론이고 유명인들은 자신의 좌우명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 무늬로 타투를 당당히 새겨 과시한다. 일상 속 깊숙이 들어온 타투는 이제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문화의 주요 흐름을 장식하고 있다.

확대보기

지난 6월 16일 국회 잔디밭에서 정의당 소속 류호정 의원이 등이 드러나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타투 스티커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자신이 대표 발의한 타투업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타투업법은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의 문신·타투 시술을 합법화하고 타투이스트의 면허 등을 규정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문신·타투는 ‘의료행위’로 규정돼 있어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시술하면 불법이다.

확대보기

▲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도윤씨는 틈틈이 타투 도안을 그린다. 타투 도안은 타투이스트들에게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도이’라는 닉네임으로 15년째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김도윤씨. 국내에 시술 지침이 따로 없는 상황인 데도 해외의 위생 및 감염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안전한 시술 활동으로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김씨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소재 작업실에 지난 7일 한 고객이 찾아왔다. 김씨의 제1 작업 철학은 안전한 위생. 고객이 엎드리는 침대엔 멸균된 부직포를 깔고, 각종 세정제와 안전을 인증받은 크림을 준비한다. 심지어 타투 기계에 연결된 전선과 조명에도 테이프를 붙여 2차 오염 방지를 한다. 고객이 최대한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김씨에게 타투를 의뢰하는 손님은 항공사진가 손지현씨. 그는 “내 직업을 타투로 남기고 싶은데, (김씨가 제시한) 도안이 너무 만족스럽다”며 왼쪽 종아리를 내밀었다.

확대보기

▲ 항공사진가 손지현씨가 자신의 다리에 새긴 타투. 손씨의 비밀이 담긴 기하학적인 도형.

확대보기

▲ 항공사진가 손지현씨가 자신의 다리에 새긴 타투. 직업을 표현한 드론 날리는 사람.

확대보기

▲ 항공사진가 손지현씨가 자신의 다리에 새긴 타투. 화성 이주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배우이자 가수인 재러드 레토 밴드 이름의 레터링.

김씨는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결성된 타투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의 지회장을 맡았다. 타투의 법과 제도의 문제를 바로잡아 당당히 일반 직업으로 인정받고, 타투이스트뿐만 아니라 타투 시술을 받는 이들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가 노조 일에 앞장선 것은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타투숍을 찾았던 유명 연예인이 타투를 시술받고 유튜브에 영상을 게재했는데, 이를 본 시청자가 타투 시술이 불법이라며 연예인을 신고한 것. 타투를 받은 연예인에 대해선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1992년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현실에 맞게 법개정이 필요하지만 타투업법은 10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확대보기

▲ 타투유니온은 녹색병원과 함께 타투 작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타투를 위한 위생 및 감염관리 가이드를 제작했다. 국내에선 현재까지 타투가 ‘무면허 의료’로 규정된 탓에 공식적인 교육 자료가 없다.

타투를 이용하는 사람은 한 해 130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법과 제도는 30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김씨는 “타투이스트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되찾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1300만여명의 타투 소비자들의 신체에 대한 권리도 되찾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무죄를 요청하는 탄원서는 1만장이 모였다.

확대보기

▲ 의료폐기물로 분류가 되지 않는 타투 작업용 바늘이 박스에 담겨 있다. 김씨는 “수거해 주는 업체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며 “몇 년 동안 사용한 바늘을 창고에 쌓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SNS엔 유독 눈에 띄는 탄원서 한 장이 있다. 그의 자녀가 쓴 탄원서다. “우리 아빠는 예술가입니다.”

간판도 없는 작업실에서 어깨 펴고 세상 밖으로 나올 그날, 당당히 ‘아티스트’로 불릴 그날을 그는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기획·연재

SNS에서도 언제나 '서울신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유튜브
  • 인스타그램
  •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