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리나 졸리가 소장한 ‘처칠의 풍경화’ 109억원에 팔렸다

김정화 기자
업데이트 2021-03-02 18:25
입력 2021-03-02 17:20

2차 대전 때 루스벨트에 직접 그려준 작품
브래드 피트가 골동품으로 구매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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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억원에 낙찰된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풍경화
런던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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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그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풍경화 ‘쿠투비아 모스크의 탑’이 경매에 나와 700만 파운드(약 109억원)에 낙찰됐다. 당초 예상가(150만~250만 파운드)를 훌쩍 뛰어넘은 가격이다.

1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이 유화는 처칠이 2차 세계대전 후반기인 1943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루스벨트,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카사블랑카 회담’을 한 뒤 그린 것이다. 마라케시의 오래된 도시 풍경과 눈 쌓인 아틀라스산맥이 담겼는데, 일몰의 긴 그림자와 따뜻한 색조가 돋보인다. 마라케시는 모로코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1930년대부터 처칠에게 큰 영감을 준 지역이다. 처칠은 당시 회담 뒤 귀국을 서두르는 루스벨트에게 “북아프리카까지 와서 마라케시를 보지 않고 떠날 수는 없다”면서 “산맥 위로 지는 석양을 보자”고 권했고, 함께 마라케시의 별장에 묵으며 우정을 나눴다. 이후 처칠은 완성된 그림을 루스벨트의 생일 선물로 미국에 보냈다.

이 그림은 경매에 나오기 전까지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소장하고 있었다. 1960년대에 루스벨트의 아들이 영화 제작자에게 팔았고, 이후 골동품 상인이 가지고 있다가 2011년 배우 브래드 피트가 구매해 당시 연인이던 졸리에게 선물한 것이다.

처칠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마흔에 그림에 입문했는데, 왕성한 정계 활동 와중에도 그림을 그려 아마추어 애호가 수준을 뛰어넘는 작품 세계를 보여 준 것으로 평가된다. 크리스티 측은 “처칠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특별한 유래와 별도로 전쟁 중에 처칠이 그린 유일한 풍경화”라고 설명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3-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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