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표까지 나선 인사평가… 속 시끄러운 ‘IT 대표’ 카카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업데이트 2021-03-03 18:13
입력 2021-03-02 17:24

블라인드에 ‘인사평가는 살인’ 글 게시
당사자에 동료 선호도 평가 항목 공개
‘직장내 괴롭힘’ 여부 근로감독 청원도
사측 “평가 시스템 개선에 노력할 것”

최근 인사평가제도를 둘러싼 사내 불만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가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인사제도와 성과급 등을 놓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종사자들의 불만이 증폭되는 가운데 업계 대표주자인 카카오 내 논란이 잦아들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오전 직원들과 회사 측이 인사평가제도와 관련한 의견을 나누는 ‘오픈톡’을 화상회의 방식으로 2시간가량 진행했다. 사측에서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와 김정우 전략인사실장이 직원들과 함께했다.

직원들은 문제가 된 동료평가 시스템과 회사의 보상 체계를 개선해 달라는 의견을 다수 전달했으며, 이에 경영진은 인사평가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직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은 동료·상향 평가 문제의 경우 “제도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표현 방식은 크루들이 심리적 안정감과 긍정적 인식을 주는 쪽으로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공동대표가 직접 나선 것은 회사가 이번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 준다. 다만 향후 인사평가 제도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네이버 경영진도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달 25일 온라인 직원간담회를 열었지만, 사원노조가 “소통을 빙자한 일방적인 의사소통이었다”고 반발해 오히려 갈등이 증폭됐다. 카카오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별도 기구를 운영하고 향후 설문조사 등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평가 논란은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직원이 유서 형식의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극단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튿날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이라는 추가 글이 올라오며 논란이 확대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동료들이 시행하는 ‘다면평가’ 중 ‘리뷰 대상자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항목이다. 해당 항목의 답변인 ‘함께 일하기 싫음’, ‘상관없음’, ‘함께 일하고 싶음’의 응답자가 몇 명인지, 또 회사 평균과 대비해 나와 일하기 싫어하는 동료가 얼마나 많은지도 보여 준다. 직원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당사자에게 낱낱이 공개하는 건 잔인한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카카오 직원은 해당 인사평가 문항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달라며 고용노동부에 근로 감독 청원까지 접수한 상황이다.

여론이 악화하자 김범수 의장이 지난달 25일 자신의 재산 기부 방안에 대한 사내 간담회에서 직접 소통에 나섰지만, 평가·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1-03-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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