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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마음을 나눠요”… 거리두기 삶 채우는 온택트 독서모임

수정: 2021.01.04 00:56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코로나시대 버팀목 ‘온택트’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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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지연씨는 지난해 9월부터 평일 아침 6시 30분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통해 30여명의 사람들과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은 장씨가 지난해 12월 24일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모습.
장지연씨 제공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6시쯤 잠에서 깬 장지연(26)씨는 세수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책상 위엔 태블릿PC와 책 한 권이 있었다.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 등을 소개한 책이었다. 장씨는 태블릿PC를 켜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 링크에 접속했다. 같이 접속한 사람은 30여명. 아침 독서토론은 약 40분간 이어졌다.

지난해 9월부터 평일 아침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장씨는 “처음엔 비대면 방식의 소통이 어색했고 소통이 과연 원활할까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 답답해진 마음을 사람들과 대화하며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연결) 방식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는 취미 생활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도서 판매량과 온라인 독서모임이 늘면서 독서가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취미 활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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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6일까지의 교보문고 도서 판매량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7.3% 증가했다. 또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독서모임에서 오프라인 모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1.5%였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의 기간에 48.1%로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독서모임 비중은 3.7%에서 12.5%로 늘었다.

박모(26)씨는 지난해 11월 독서모임을 만들어 회원 8명과 함께 2주 간격으로 비대면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원래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과 마포구 합정동·상수동에서 직접 만나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화상회의 플랫폼 ‘구글 미트’를 이용해 모임을 열고 있다. 박씨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데서 오는 힘이 제겐 무척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다소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독서모임을 통한 소통마저 없었더라면 상당한 고립감과 단절감을 경험했을 듯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독서 모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코로나19 시대 이전부터 높은 편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2월 발행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만 19세 이상 성인 6000명을 대상으로 향후 참여하고 싶은 독서 동아리를 물었더니(복수 응답) 같은 지역 또는 동네를 기반으로 하는 동아리(48.4%) 다음으로 온라인 동아리(22.7%)를 선호했다.

박씨와 같은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최모(25)씨는 “평소 읽고 싶은 책은 많았지만 꾸준히 시간을 내서 읽기가 어려웠다”며 “모임 참여 후 독서량이 늘었고 혼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해서 좋다. 또 안전한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에 활력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대면 방식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유익한 모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 블루(우울)’라는 말이 생길 만큼 답답하고 우울한 일이 많아졌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9월 전국 2692명(10~50대 이상)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경험 및 가치 변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3.1%가 우울감(심한 우울 포함)을 호소했다. 특히 주기적으로 만나거나 연락하는 사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망이 약하다고 밝힌 집단이 우울감을 호소한 비율은 35.8%로 더 높았다.

이런 단절의 삶에서 온라인 독서모임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20대 여성인 김미희(가명)씨는 “외출을 못 하니까 집에서 영화, 만화, 책 보기 등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도 매일 혼자 하니 질리고 재미가 없었다.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도 들었다”며 “사람은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기에 독서모임원들도 계속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독서모임이 끝나고 화상회의를 바로 종료하는 대신 뒤풀이 겸 한 시간 정도 모임원들과 대화하여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며 “사람들과의 단절이 지속됐다면 심해졌을 우울감을 독서모임에서의 교류로 예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씨도 “화상회의 플랫폼과 같은 비대면 소통이 가능한 기술과 독서모임과 같은 소통 기회가 없었다면 저 또한 많은 상실감을 경험했을 것”이라며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점이 독서모임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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