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주민 사로잡은 저녁 6시… 걸어온 길이 곧 ‘방송 역사’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업데이트 2020-04-02 04:45
입력 2020-04-01 17:18

7000회 맞은 ‘6시 내고향’

판로 막힌 농어촌 돕는 등 ‘상생’
먹방·쿡방 등 인기 예능 집약체
현장 목소리 담아 29년간 장수
PD “아이유·공효진 섭외하고파”
이미지 확대
KBS 1TV ‘6시 내고향’이 29년 동안 꾸준히 시청자를 찾으며 7000회를 돌파했다. 제작진은 축하 방송을 하는 대신 코로나19 사태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찾았고, 강원 횡성 감자 편은 5000만원 매출을 올리면서 장수 프로그램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 줬다.
KBS 제공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지난달 30일 7000회를 맞은 KBS 1TV ‘6시 내고향’이 폐사 직전이던 전남 완도 전복 1억 5000만원어치, 강원 횡성에 쌓여 있던 감자 5000만원어치를 순식간에 판매하면서 장수 프로그램의 역량과 역할을 제대로 보여 줬다.

‘6시 내고향’은 요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과 지역 시민들을 직접 찾는다. 특히 지난달 16일 시작한 ‘내고향 상생장터’는 판로가 막히고 축제가 취소돼 폐기의 기로에 놓인 특산물을 소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찾아간 시금치, 배추, 문어 등 전국 농수산물 생산지는 소비자와의 직거래 연결을 통해 판매 급증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런 기획은 지역과 밀접한 프로그램 특성 덕분에 가능했다. 현장성은 1991년 첫 방송 이후 29년간 장수한 비결이기도 하다. 지역 10개 총국과의 공동 제작으로 제작진 80여명이 주 5일 생방송에 참여한다. 심하원 PD는 “태풍·산불 등 자연 재해나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등 재난때마다 피해 지역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다 보니 ‘상생 장터’ 같은 아이디어도 나왔다”면서 “생산자가 모든 과정을 처리하고 있어 배송이 늦을 수도 있는데, 취지에 공감한 시청자들의 양해 덕분에 많이 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가수 김정연(왼쪽)이 지역 주민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는 모습.
KBS 제공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꾸준한 변화도 시청자를 붙든 요인이다. 먹방, 쿡방, 여행, 토크쇼 등 여러 형식의 코너들은 볼거리와 사람 이야기를 모두 전달한다. 가수 김정연은 10년째 버스를 타고, 코미디언 이정용은 5만보를 걸어다니며 평범한 이웃들의 목소리와 전국의 풍경을 담았다. 방송 6개월 만에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신헌수의 ‘청년회장이 간다’, 지역 식자재로 음식을 대접하는 ‘셰프의 선물’, 전영록의 ‘섬마을 하숙생’ 등은 꾸밈없는 ‘착한 맛’을 뽐낸다. ‘삼시세끼’, ‘한끼줍쇼’, ‘맛남의 광장’ 등 다양한 인기 예능의 원형이 숨어 있다.

요즘 농어촌의 모습도 자연스레 담긴다. 고향에 대한 향수나 정형화된 이미지 대신 최근에는 젊은 농어민, 귀농·귀어인들의 생활과 경제활동을 통해 대안적 삶의 형태를 소개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끝나면 코미디언 이홍렬이 이끄는 ‘장터쇼’에서 전국 전통시장 상인들도 만날 예정이다.

게스트 다양화도 노리고 있다. 심 PD는 “상생장터처럼 지역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기획을 이어 갈 계획”이라며 “앞서 아이돌 그룹 데이식스가 출연했듯이 프로그램 팬으로 알려진 가수 아이유, 배우 공효진을 꼭 섭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0-04-02 21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120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