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돈맥 얽힌 ‘라임 3인방’…靑·與 ‘문어발 로비’ 의혹

오세진, 이혜리, 강윤혁 기자
업데이트 2020-03-24 12:27
입력 2020-03-22 22:18

[뉴스를 부탁해] 희대의 금융사기 ‘라임 사태’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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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4일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원종준(오른쪽) 대표이사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 왼쪽이 라임의 투자 업무를 총괄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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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7년 만에 운용자산 규모가 6조원에 육박할 만큼 급성장한 자산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 하지만 지난해 10월 1조 6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이른바 ‘라임 사태’)하면서 지금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라임이 고수익 창출을 위해 자산 대부분을 투명성이 결여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고, 펀드 손실을 막기 위해 부실자산을 인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은 커지고 있다. 라임이 설계·운용한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도 ‘라임 사태’를 일으킨 공범으로 지목된 상황이다. 또 ‘라임 사태’ 핵심 인물들이 인맥과 돈줄로 끈끈하게 얽혀 있고, 라임에 돈을 대던 사람이 여권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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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은 원종준(41) 대표가 2012년 8월 설립한 투자자문사 라임투자자문으로 시작됐다. 2015년 12월 금융위원회의 사모펀드(공모펀드와 달리 투자자를 비공개로 모집해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운용 규제 완화에 따라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사명을 라임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유명했던 이종필(42) 전 라임 부사장이 합류한 시점도 이때다. 그는 라임의 투자 업무를 총괄했다.

이 전 부사장 영입 후 라임은 비상장 주식 등 대체자산 투자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2016년 4월 대체투자 상품인 ‘새턴 1호’를 출시하며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를 통해 10%대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유명세를 탔다. 메자닌은 상황에 따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으로, 신용도가 낮아 채권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 입장에서는 회사 운용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메자닌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부도로 만기 때 갚을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이후 라임은 ‘스타 PB(프라이빗뱅커)’였던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을 통해 2000억원가량의 사모펀드를 판매했다. 이어 우리·하나·신한 등 시중은행과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을 포함한 증권사 등으로 판매사를 확장했다.

라임은 2018년 1월 운용자산 규모가 1조 5000억원을 넘어섰고 해외 무역금융펀드와 코스닥 벤처 투자 등을 확대하며 같은 해 11월 운용자산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2월 운용자산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선 라임은 불과 다섯 달 만인 지난해 7월 운용자산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5조 9000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거칠 것이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우려가 불거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라임이 ‘플루토 FI D1호’ 등 자사가 운용하는 대표 펀드를 중심으로 펀드 간 순환 투자를 하는 등 이상 징후를 포착해 검사에 착수했다. 또 지난해 7월 라임의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제기됐다.

주가 하락으로 메자닌 펀드를 주식으로 바꾸지 못해 유동성 위험이 크게 증가한 라임은 결국 지난해 10월 1조 6679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4일 라임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라임은 유동성 위험에 대한 고려 없이 과도한 수익 추구 위주의 펀드를 설계·운용했고, 특정 펀드의 손실 발생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펀드 자금을 활용해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고 밝혔다.

●‘錢主’ 스타모빌리티 金회장, 그림자 실세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들은 근무연,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 있다. 라임이 급성장한 배경도 이런 인맥을 기반으로 거래하는 여의도 금융가의 속성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장모 전 대신증권 지점장은 대신증권 선후배 사이다. 장 전 센터장은 반포WM센터장을 지내는 동안 라임 펀드만 판매했다.

라임 펀드 투자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변호사는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지난달 25일 녹취록을 제출했다. 이 중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장 전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만난 피해자에게 “상장사를 2개 갖고 있는 회장님”이라면서 이 ‘회장님’이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해 라임에 재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회장님’은 공유차량 서비스 회사 ‘스타모빌리티’의 실질 사주인 김모(46) 회장이다. 장 전 센터장과 친분이 있는 김 회장은 라임에 자금을 대는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 장 전 센터장은 김 회장이 “로비할 때 돈을 어마무시하게 쓴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모빌리티의 최대주주가 라임이다.

장 전 센터장은 또 녹취록에서 “여기가 키(key)”라면서 라임과 관련한 문제를 막아 준 인물로 김모(46)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현 금융감독원 팀장)을 언급했다. 이 전 부사장과 장 전 센터장에게 김 팀장을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김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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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에서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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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검은돈 창구로 이용된 듯

여기에 또 한 명의 ‘김 회장’이 등장한다. 부동산 사업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김모(47) 회장이다. 메트로폴리탄은 라임이 펀드 자금 2500억원을 투자한 회사다. 지난해 11월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적도 있다.

하지만 메트로폴리탄은 라임 펀드 돌려막기와 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라임이 투자한 2500억원 중 약 80%인 2000억원가량이 해외 카지노 인수 등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 업체 ‘리드’의 횡령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리드 임직원 6명이 회삿돈 약 83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연루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주했다. 그런데 리드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김모(54) 회장은 이 전 부사장과 잘 아는 사이다. 라임은 한때 리드의 최대주주였다.

●檢 합수단 폐지…수사팀 보강 지시

검찰 수사는 지난 1월 피해자들이 직접 고소에 나서며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지난 1월엔 법무법인 한누리가 피해자 3명을 대리해 라임과 라임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지난달엔 법무법인 광화와 우리가 차례로 각각 피해자 34명, 피해자 4명을 대리해 라임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과 장 전 센터장 등을 고소했다. 금융정의연대도 피해자 15명을 대리해 오는 31일 라임과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등을 고소할 계획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난달 “다중 피해 금융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면서 힘을 실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상원)가 수사 중인 이 사건은 원래 같은 검찰청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에서 담당했었다. 하지만 올 초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으로 합수단이 폐지되며 수사력 약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윤 총장이 철저한 수사와 함께 수사팀 보강을 지시했다. 라임 사태 수사팀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3명)과 서울동부지검(1명)에서 파견된 4명을 포함해 검사 9명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법무부는 1~2명의 인력을 라임 수사팀에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검찰은 현재 라임 피해자들이 제출한 녹취록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 등을 분석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라임 본사와 라임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우리은행·KB증권, 원종준 라임 대표와 장 전 센터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향후 검찰 수사는 라임 본사 등 라임 사태를 일으킨 직접적인 당사자들과 더불어 정치권 연루설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이 정치권에 자금을 전달했다는 증언 등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지는 형국이다.

정치권 등에서는 김모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한 여권 인사에게 정치자금 20억원을 제공했고, 이 인사가 감사로 있던 한 공제조합을 통해 3000억원을 끌어오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김모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지연으로 얽혀 있는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더 윗선으로의 연결 고리가 있는지 여부 등을 규명하는 것도 사건 해결의 열쇠로 손꼽힌다.

하지만 주요 피의자들이 잠적한 점은 수사 진척의 큰 걸림돌로 꼽힌다. 라임의 자산 부실을 은폐하고 수익률을 조작한 장본인인 이 전 부사장의 신병 확보가 늦춰질수록 수사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검찰은 ‘검거 전담팀’을 구성해 이 전 부사장을 쫓고 있다.

장 전 센터장이 녹취록에서 ‘라임을 살릴 회장님’으로 지목한 김모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자취를 감췄다. 그는 경기에 있는 버스회사 수원여객운수의 회삿돈 약 16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고소됐다. 지난 18일에는 스타모빌리티 자금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됐다.

이 전 부사장은 리드에 투자한 회삿돈에 대한 리베이트 명목으로 리드의 차명 주식을 받아 약 2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그러나 리드의 김모 회장도 잠적한 상태다. 검찰은 또 해외로 도피한 김모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경찰청을 통해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20-03-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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