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미] 멕시코 주민들, 공약 안지킨 시장 트럭에 묶고 ‘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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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이 모두 이렇게 불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면 공약을 지키지 않을 정치인은 없을 것 같다.


멕시코에서 시청 공격사건이 발생했다. 시청으로 쳐들어간 유권자들의 목표는 현직 시장. 유권자들은 시장을 자동차에 묶고는 질질 끌고 다녔다.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라스마르가리타스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산타리타인베르나데로에 사는 일단의 원주민 유권자들이 시청을 공격했다. 시청엔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성난 유권자들은 가볍게 제압하고, 시장 호르헤 루이스 에스칸돈을 사로잡았다.

죄인처럼 시장을 잡은 유권자들은 그를 밖으로 끌어냈다. 시청 정문 앞에는 픽업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장을 픽업 짐칸에 태우려 했지만 그가 결사적으로 저항하자 원주민들은 계획을 바꿨다. 시장의 두 손을 밧줄로 꽁꽁 묶더니 줄을 자동차에 묶어버린 것. 이 상태에서 픽업은 그대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순간 시장은 바닥에 쓰러지면서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서부시대에 응징할 누군가를 말에 묶고 달리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상황은 시청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자칫 큰 부상을 당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에서 시장을 구해낸 건 긴급 출동한 경찰. 다행히 시장은 크게 다친 곳 없이 구조됐다.

에스칸돈 시장은 "시장 집무실에 들이닥친 원주민들이 (나의) 한쪽 발을 잡고는 밖으로 끌어냈다"며 "이후 자동차에 묶고 달리는 린치를 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온 사람들이었다"며 "모두 돈 때문에 벌인 짓"이라고 주장했다. 보조금을 받아내기 위해 자신을 납치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주민들의 주장은 다르다. 원주민들이 화가 난 건 시장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타리타인베르나데로는 원주민 120가구, 700여 명이 모여 사는 곳이다. 에스칸돈 시장은 선거 때 산타리타인베르나데로로 연결되는 길을 포장해주겠다고 했다. 전기를 넣어주고 상하수도도 놔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그는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한 주민은 "수개월 전부터 시장에게 공약 이행을 촉구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시장이 원주민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이자 원주민들이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시장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원주민 11명을 체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청공격사건에 가담한 원주민은 약 50명이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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