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페인 최고법원 “프랑코 총통 국립묘역에서 방 빼라”

스페인 최고법원이 35년 가까이 철권 통치를 휘두른 프랑코 총통의 관을 국립 마우솔레움(mausoleum·거대한 묘역)에서 덜 논쟁적인 장소로 이장하도록 허용했다.

최고법원은 재판부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프랑코 유족들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사회당 정부는 1930년대 내전을 통해 정권을 장악해 1975년까지 독재를 행사한 프랑코 총통이 수만 명의 내전 희생자들과 죽은 이들의 계곡에 있는 이 묘역에 묻혀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는데 사법부가 지난달 정부의 결정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실제로 아직도 파시즘의 승리를 구현하는 유적지로 프랑코 총통의 무덤을 찾는 이들이 있으며 극우의 성지 같은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오는 11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1975년 사망해 묻힌 프랑코 무덤을 발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전망했다. 프랑코의 새 무덤으로 떠오르는 곳은 마드리드 북부의 엘파르도 공동묘지인데 프랑코의 부인이 묻혀 있는 곳이다. 유력 정치인들도 이곳을 선호하고 있다.

1936년 종조부를 내전에 잃은 실비아 나바로는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프랑코 군대에 목숨을 잃은 이들이 프랑코와 나란히 묻혀 있는 것은 아주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아직도 프랑코를 스페인의 구세주인 것처럼 신성시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손들은 프랑코가 수도 중심가 알무데나 대성당의 가족 묘에 묻히길 원했다며 이곳으로 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솔리니가 통치하던 이탈리아, 나치 독일과 달리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스페인은 1975년 민주주의 이양을 아주 단계적으로 해냈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확고히 뿌리를 내려 많은 이들은 다시 파시스트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불문율의 “망각 협정”이 존재한다. 1977년 제정된 사면법은 프랑코 시절의 일로 범죄 수사를 벌이는 일을 막고 있다. 2007년 사회당 정부가 통과시킨 역사기억 법은 프랑코 독재에 희생된 생존자들과 가족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내전 희생자 수천 명의 유해를 확인해 재안장하는 일은 더디고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아직도 10만여명의 피해자들은 어디에 묻혔는지도 알 수가 없다.

프랑코 총통은 서른세 살이던 1926년 가장 나이 어린 장군에 올라 1936년 좌파 인민전선이 선거 결과 집권하자 다른 장군들과 합세해 쿠데타를 일으켜 3년 내전을 촉발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지원을 받아 내전을 승리로 이끈 뒤 자신을 국가 수반을 뜻하는 엘카우디요로 지칭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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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마드리드 북부의 프랑코 총통이 내전 희생자들과 나란히 묻혀 있는 마드리드 북부의 국립 마우솔레움.
AF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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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7년 무렵의 프랑코 스페인 총통.
AF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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