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욱 풀뿌리 정치] 지방선거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수정 2010-03-17 00:42
입력 2010-03-17 00:00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갈등은 가관이다. 서울시당 운영위가 권영세 시당위원장과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이종구 의원을 공심위원장으로 선출한 데 대해, 친이계는 공심위 구성이 무효라며 최고위원회의에서 뒤집겠다고 맞섰다. 이 불협화음은 이종구 의원과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의 앙금, 2006년 강남구청장 공천을 싸고 공성진(강남을) 의원과 마찰을 빚은 데다 계파갈등이 얽힌 결과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구비한 인재를 공천하려면 누가 공심위원장이 되어야 하는가를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지방 선거직이란 먹잇감을 놓고 서로 먹겠다며 싸우는 꼴이다. 여야는 정당이 관여할 수 없는 시·도 교육감 선거에까지 ‘보이지 않는 손’을 뻗치고 있어 교육감 선거마저 혼탁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 같다.
국회는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 지난 2일 본회의에서 68건의 의안 중 ‘장기공공임대주택 지원법’ 등 39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2월 임시국회는 폐회됐다. 민주당이 발의한 학교체육법안이 부결되자 민주당은 퇴장했고 이후 한나라당 소속의원 169명 중 90명만 출석하여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날 불출석한 한나라당 의원 79명 중에는 회기 중임에도 외유를 떠난 의원도 있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것이 본무(本務)인데, 할 일은 접어두고 공천권을 행사해 돈 받고 지방자치를 망가뜨리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2008년 9월 여·야는 한통속이 되어 의원보좌진을 1명씩 늘리는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날렵함을 보였다.
지방자치를 잘못된 길로 가게 한 데는 정당을 보고 찍는 ‘묻지 마 투표행태’가 주 원인이다.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유권자밖에 없다.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가 도덕성이 있고 유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이제는 정당을 무시하고 후보의 자질을 보고 찍어야 한다. 일본 국민들은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를 찍지 않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90% 이상이 무소속이다. 주민의 생활자치에는 정당이 개입할 필요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이 높은 정치의식을 발휘하여 선거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다. 정당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
2010-03-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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