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청소부’ 갯벌 생물의 생태/MBC 다큐 ‘갯벌, 그 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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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0-17 00:00
입력 2003-10-17 00:00
한밤,게들이 무리지어 민가의 담을 넘는다.음식찌꺼기를 찾아 월장한 도둑게들이다.도둑게는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생활한다.보통 때는 육지에서 지내다가 산란기인 7∼8월이면 바닷가로 나간다.그런데 바다와 육지의 중간지대인 갯벌위에 도로가 깔리면서 어미 도둑게들의 ‘원정출산’은 목숨을 건 모험이 돼버렸다.길을 건너다 비명횡사한 어미게의 뱃속에 몽글몽글한 알들이 가득하다.천신만고끝에 횡단에 성공한 어미게들은 바다에서 몸을 푼다.19일 오후 10시35분부터 전파를 타는 MBC 2부작 특집다큐멘터리 ‘갯벌,그후 10년’(연출 김현철)은 이처럼 갯벌 생물들의 생태에 카메라를 밀착시킴으로써 개발논리에 밀려 파괴되고 있는 갯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1994년 2월 방송돼 각종 상을 휩쓸었던 다큐 ‘갯벌은 살아있다’의 후속편이다.

갯벌은 수많은 생물체들의 삶의 터전이다.이들은 약육강식의 생존 법칙에 따라 잔인할 정도로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갯우렁이가 민들조개의 단단한 껍질에 구멍을 내고 속살을 파먹는 장면이나 작은 체구의 민물도요새가 20초에 8마리의 지렁이를 잡아먹는 장면 등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갯벌 생물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우리가 즐겨먹는 바지락은 1ℓ의 바닷물을 2시간만에 깨끗하게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그뿐만 아니라 길이가 2m나 되는 숭어갯지렁이는 혈관내 이물질을 없애는 혈전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제작진은 지난 1∼3월 임진강 안면도 강화도 새만금 순천 등 대표적인 갯벌을 돌며 촬영에 정성을 쏟았다.특히 인하대 해양학과 교수진과 직접 갯벌 생물의 생태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과 검증 과정을 거침으로써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운 점이 돋보인다.

1부에서는 50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갯벌의 특징과 생태를 살펴보고,2부에서는 하구갯벌인 새만금과 시화호를 집중조명한다.



김현철 프로듀서는 “무분별한 갯벌 매립은 자연생태뿐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삶도 피폐해지게 한다.”면서 “그물을 던지던 어부들이 이젠 고물을 줍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
2003-10-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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