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모세의 기적’ 전설 日관광객에 쫙 설명하죠/ ‘진도 홍보대사’ 귀화 日人 용구혜자씨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3-10-07 00:00
입력 2003-10-07 00:00
“진도 섬이 너무 좋아요.”

전남 진도군 사무원(일용직)으로 근무 중인 일본인 용구혜자 (다키구치 게이코·47·여)씨는 ‘섬 특유의 정서와 문화가 녹아있는 ‘보배 섬’에 반했다.

그는 진도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그래서 ‘진도 홍보대사’로 통한다.요즘은 내년 5월 ‘한국판 모세의 기적’ 때 일본인 관광객을 맞기 위한 준비에 바쁘다.

관광객들만이 아니다.일본 수학여행단,여행사 관계자,민속학자,교수 등 일본인을 안내하고 진도를 소개하느라 진땀을 흘린다.진도의 문화와 역사,풍속,전설 등을 제3자에게 설명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그래서 그는 각종 서적과 인터넷을 밤낮으로 뒤진다.신비의 바닷길에 관한 전설과 운림산방,다도해 등 공부할 과제도 너무 많다.

씻김굿과 다시래기,만가,아리랑 등 섬지역 특유의 정서와 한(恨)이 담긴 민속과 지리 등을 익히느라 한눈을 팔 틈이 없다.그는 유명 관광지를 돌며 혼자 중얼거리기 일쑤다.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해설을 하기 위해서다.관광객의 계층에 따라 설명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문화관광 해설사' 자격증 취득

최근에는 ‘문화관광 해설사’ 자격증도 땄다.해설사 인정 시험 때 임진왜란과 관련된 진도대교를 주제로 삼았다.명량해전 때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용병술을 찬사해 아낌없는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진도대교에 대해 공부하면서 “명량해전이 일본에는 치욕적인 역사이지만 이 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진도의 가이드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문화해설사 자격증까지 딴 것은 그만큼 이곳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진도가 일본에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일본 여가수 덴노 요시미가 ‘진도 이야기’(珍島物語)’를 노래로 만들어 엔카(演歌)부문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다.당시 신비의 바닷길을 체험한 덴노 요시미는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노랫말로 옮겨 일본에 소개했다.

그후 진도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한해 수백명에서 수천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여명에 이르렀다.

용구혜자씨가 일본 잡지등에 소개되면서 일본여행단은 진도를 ‘필수 관광코스’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진도에 가면 진도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줄 수 있는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이 입으로 전해지면서부터다.

그가 진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1년.도쿄 인근 야마나시 현(山梨縣)에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한 그는 한국무용을 전공한 친구를 따라 한국을 찾았다가 진도가 고향인 남편(53)을 만나면서부터.

결혼과 동시에 한국으로 귀화한 그는 경기도 구리시에서 평범한 주부로 생활했다.당시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아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온 뒤 한복집 등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넉넉지 못한 형편상 삯바느질을 하며 자녀들의 학비를 보탰다.가끔씩 진도군 직원을 상대로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진도출신 신랑만나 한국귀화

‘신비의 바닷길’이 국내외에 소개되면서 일본인 관광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이 때문에 97년 진도군 사무원으로 특채됐다.그는 정확한 해설과 안내로 인기를 끌면서 일본의 각종 여행사의 ‘창구’로 통한다.여행사에서 일본인 관광객을모셔올 때 으레 그를 찾는다.진도군이 매주 토요일 여는 ‘토요민속여행’과 토착 풍속 등이 일본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그만큼 그가 할 일은 많아진 셈이다.

용구혜자씨는 “주민들도 소박하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진도에서 영원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진도 최치봉기자 cbchoi@
2003-10-07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