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웅 22인에 배우는 인생후반의 도전정신
수정 2003-05-21 00:00
입력 2003-05-21 00:00
중국의 고전 ‘채근담’에 간인지간후반절(看人只看後半截)이라는 말이 있다.사람을 보려거든 그 후반생을 살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뜻이다.한 사람의 인생에서 후반부의 삶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런가 하면 궁팔십(窮八十) 달팔십(達八十)이라는 고사도 전한다.중국 주나라 무왕 때 정승이던 강태공이 벼슬을 하기 전까지 80년을 가난하게 살았지만,80세에 정승이 된 후 80년을 호화롭게 살았다는 얘기다.인생의 후반은 결코 전반의 부록이 아니다.새로운 각오로 또 다른 삶의 진경을 열어가야 할 성숙의 계절이다.
하지만 40∼50대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게 우리 현실.그렇다고 뒷전으로 물러나 인생의 날개를 접기에는 하늘이 너무 푸르다.어떻게 하면 인생 후반을 알뜰하게 치러낼 수 있을까.‘남자의 후반생’(모리야 히로시 지음,양억관 옮김,푸른숲 펴냄)은 중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 22명의 예화를 통해 우리 삶을 아름답게 완주할 수 있는 지혜를 들려준다.
돼지를 키우며 마흔이 넘어공부를 시작해 여든 가까운 나이에 승상이 된 제나라 사람 공손홍.그는 젊은 시절 지역의 옥리였으나 죄를 짓고 관직에서 물러난 뒤로는 돼지를 길러 생계를 꾸렸다.그러다 마흔이 넘어서부터 ‘춘추의 잡설’을 공부해 조정 박사로 임명됐다.학문에 뜻을 둔지 20년이 지나서다.그러나 이내 무제의 미움을 사 낙향하고,또 다시 인고의 10여년 세월.그는 마침내 문관의 최고위직인 승상에 올랐다.인생이란 늙바탕에 들어 시작된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 보인 대표적인 경우다.
평생 도전정신으로 살아간다면 그 삶은 성공할 수 밖에 없다.동진의 명장 도간이 두드러진 예다.지방출신으로 중앙관리가 된 도간은 모함을 받아 좌천되지만 조금도 굴하지 않고 더욱 분발해 미래의 길을 열어간다.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100장의 기와를 날라 지붕에 올렸다.“왜 일부러 이런 힘든 일을 하십니까?”라고 부하들이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언젠가 다시 중앙으로 불려갔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체력이 떨어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지 않느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 그는 이처럼 성실하고 도전적인 삶을 살았기에 훗날 ‘동진의 기둥’이라 불릴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은 하나같이 인생의 내리막길을 황혼으로 여기지 않는다.오히려 첫새벽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인생의 지도를 그려간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결코 노욕(老慾)이나 노추(老醜)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입신양명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풍토에서 부귀공명을 마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그렇기에 삶의 여기로 서성(書聖)을 이룬 왕희지나 ‘귀거래사’를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간 도연명,검박한 생활을 하며 후학양성에 힘쓴 여신오 등의 염결한 삶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중국 뭇 영웅들의 인생 후반을 지배한 정신의 공분모를 찾는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도전정신이다.‘삼국지’의 주인공 조조는 일찍이 “준마는 늙어 마굿간에 묶여 있어도 그 뜻은 천리를 달린다.”고 읊었으니,인생의 석양에 든 이들은 그 ‘뜻’이 시들지 않도록 스스로 힘써야 할 것이다.1만 1000원.
김종면기자 jmkim@
2003-05-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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