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다리
기자
수정 2003-04-04 00:00
입력 2003-04-04 00:00
이웃한 형제가 하찮은 일로 틀어져 몇년을 왕래 없이 살았다.하루는 아우가 두 집 사이에 도랑을 파고 물을 흐르게 했다.형도 동생집이 보기 싫어 집 주위에 높은 울타리를 치기로 하고 목수를 부른다.목수는 웬일인지 울타리 대신 두 집 사이에 나무 다리를 놓고 사라졌다고 한다.
정을 잇는 다리는 아름답다.예이츠의 ‘나방이 날갯짓을 할 때 다시 찾아 주세요.’란 멋진 시구가 나오는 영화 속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또 센강 위의 미라보 다리는 어떤가.“…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면/우리네 팔 아래 다리 밑으로/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살이/저렇듯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서로의 미움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요즘.징검다리가 그렇게 예뻐보일 수 없다.
이건영 논설위원
2003-04-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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