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동백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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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5-25 00:00
입력 2000-05-25 00:00
이미자(李美子·59)씨.우리네 산야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풀꽃처럼 흔한 이름이다.열아홉살 때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래 숱한 남녀의 심금을울리며 가요인생 40여년,그동안 발표한 노래만 1,000여곡이다.

이미자씨가 어쩌면 고별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데뷔 40년 기념(99년) 앙코르공연을 가졌다.22,23일 이틀 동안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꽉 메운 그의 팬들은 ‘동백 아가씨’‘기러기 아빠’‘여자의 일생’ 등 가요 반세기를 장식했던 추억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함께 흥얼거리며 향수에 젖었다.

이미자씨의 노래는 한결같이 사랑 아니면 이별이다.흔하디 흔한,그러나 누구나 한번쯤은 절실했던 아픔-.그는 이 만인의 ‘아픔’을 100년에 한사람나올까 말까 하다는 빼어난 목소리로 풀어낸다.그가 40여년 동안 한결같이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만인의 ‘애환’을 노래한 덕택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이 가요의 여왕을 홀대한 일이 있다.엄밀히 말하면 대중과는 상관없는 문화정책 당국의 횡포지만 우리는 한때 그의 노래를 ‘왜색’이라고 해서금지곡으로 묶었고 그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비한 일이 있다.물론 뒤늦게 해금도 되고 그에게 문화훈장(화관)도 주었지만 일본의 미소라 히바리,프랑스의 이브 몽탕,미국의 엘비스 프레슬리,영국의 비틀즈가 자국에서 받은 대접에 비하면 푸대접이 너무 심했다.

말이 난 김에 ‘동백 아가씨’‘섬마을 선생님’ 등 한때 금지곡으로 묶였던 노래들의 왜색시비 근원을 규명해 보자.

일본 엔카(演歌)의 창시자 고가 마사오(古賀政男)는 일본 가요의 황제로 불린다.그런데 고가 마사오의 엔카가 한국의 육자배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 연유는 이렇다.고가 마사오는 1920년대 서울 선린상고를 다니면서 그 시절 풍미하던 임방울 이화중선의 민요,특히남도의 육자배기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민요가 모티브가 된 엔카가 일본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데있다.이는 한국과 일본인의 대중정서가 맥이 닿아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전문가들은 그 원류를 백제 유민의 한으로 추론한다.



우리는 우리 것,그래서흔한 것의 소중함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

金在晟논설위원 jskim@
2000-05-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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