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백문일/풀리지않는 ‘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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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5-05 00:00
입력 1999-05-05 00:00
지난해 4월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할 때 재정경제부는 ‘권부(權府)’가 떴다고 말했다.그동안 독식해 온 금융정책 일부를 금감위에 떼어주는 ‘섭섭함’과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독기서린 ‘비아냥’이 배여 있었다.

그로부터 1년 뒤 금감위는 정부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재경부로부터 금융기관 인·허가권과 국책·특수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권·검사권을 넘겨받았다.

‘환란(換亂)’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이행하게 한 주범으로 몰린 재경부로서는 금감위가 자기들의 권한과 역할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고 여길것이다.법률 제·개정권을 갖고 있지만 그마저 금감위와 사전에 협의하도록의무화해 금융감독 정책의 주도권은 완전히 금감위가 쥐게 됐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그동안 정부조직 개편에서 금융감독의 사소한 부문까지으르렁거리며 반목하기 일쑤였다.금감위가 추진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공적자금의 지원시기와 규모를 놓고 최고위층의 ‘감정어린’ 설전까지 있었다.

최근 산업은행 임직원의 문책을 놓고 재경부와 금감원이 책임을 떠넘긴 것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금감위 공무원들은 한솥밥을 먹던 재경부 직원들을서슴없이 ‘관료’라고 부른다.

같은 공무원이지만 재경부는 관료주의 병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안스럽게 여긴다.재경부는 금감위가 과거 재무부를 능가하는 ‘무소불위’의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고 폄하한다.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다.그러나 이같은 앙금이 금융감독 정책을 표류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불신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과연 법률제·개정을 위해 건설적인 협의가 이뤄질 지 의문이다.불미스런 악연은 툭툭털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백문일기자 mip@
1999-05-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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