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황금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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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2-05 00:00
입력 1999-02-05 00:00
하늘다람쥐나 날다람쥐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점프하는 활공비행이 특징이지만 박쥐는 자신의 비막(飛膜)으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시력이 약한 대신 초음파의 반사음을 귀신처럼 포착하기 때문에 수천 마리가 동굴을 빠져 나올 때도 서로가 부딪치는 일이 없다.어떻게자신만의 소리를 그처럼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지금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예를 들어 박쥐가 발산하는 초음파음은 1초에 5만 사이클의진동수를 가진 반면 인간의 귀는 2만 사이클 이하의 소리밖에 청취하지 못한다.그래서 학자들은 박쥐의 원리를 응용하면 맹인도 ‘빠르게 진행되는 축구시합’ 등을 ‘소리로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잠수함의 음파등(燈)에서나온 초음파가 물체에 부딪쳤다가 되돌아오는 초음파토치(횃불)가 그것이다. 한국생태계연구협회와 한국교육방송(EBS)은 전남 남부지역의 한 동굴에서‘황금박쥐’ 집단서식지를 발견하여 촬영에 성공했다고 한다.학명은 ‘붉은 박쥐’.암수 성비가 1대40이나 되어 숫자가 줄어드는 바람에 지난해 환경부가 멸종위기동물 1호로 지정한 바 있다.전체적으로 오렌지색에 가까운 금빛을 띤 이 박쥐는 서양에서는 주로 마녀나 악마의 상징으로 치부되어 요한 슈트라우스의 희가극 ‘박쥐’에서는 ‘박쥐박사’를 내세워 밤과 낮의 생활이 문란하고 낭비적인 귀족생활을 꼬집고 있다.그러나 동양에서는 주로 오복의 상징으로 경사와 행운을 나타낸다고해서 공예품이나 가구의 장식문양으로 자주 쓰인다.우리나라에서는 밤에만 활동하는 이중인격자,음흉한 자의 이미지가 있었으나 지난 70년대 어린이 TV만화 황금박쥐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정의의 사도로 인식되었다.당시 황금박쥐의 흉내를 내기 위해 엄마의 치마를 어깨에 펄럭이며 아이들이 담장에서 뛰어내리다 사고를 일으킨 예도 있다. 한강에는 겨울 철새가 8년 만에 세 배로 늘어나고 세계적 희귀종인 황금박쥐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의 생태계는 새 봄과 함께 활기찬 활동이 전개되리라는 상서로운 예감이 든다. 단순한 화제나 흥분에 그치지 말고 박쥐 발견 지역을 철저히 보호하고 보전하는등 자연이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사람이 돕고 지켜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李世基 논설위원 sgr@]
1999-02-0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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