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백신/김광원(전문의 건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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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6-21 00:00
입력 1997-06-21 00:00
대기업 홍보과에 근무하는 최양은 월요일 출근이 걱정이다.입술의 서너곳에 벌겋게 생긴 물집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학교동창들과 1박2일간 설악산에 다녀온 이후에 생긴 일이다.신나게 잘 논 것 까지는 좋았으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입술 때문에 난처하기 짝이 없다.
최양은 비교적 조용하고 큰 기복이 없는 생활을 하고 지내지만,어쩌다가 무리한 다음에는 꼭 물집이 생긴다.쓸데없는 오해를 받을까봐 더 심난하다.
최양의 입술에 생긴 물집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반복성 병변이다.
우리 몸에 감염되는 바이러스 중에는 쉽게 제거되지 않고 세포 속에 오래 거주하며 인간과 공존하는 바이러스들이 있다.이런 바이러스들은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현재 이용되고 있는 백신의 원리는 바이러스에 존재하는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서 혈액속에 떠도는 바이러스를 붙잡아 없애는 것이다.그러나 주로 세포 속에 꼭꼭 숨어 있는 바이러스는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해결법으로 바이러스가 숨어 있는 세포를 깨뜨리는 방법을 고안하면 된다. 이런 방법중의 하나가 DNA 백신법이다.바이러스의 일부 DNA를 세포속에 끼어 넣으면 바이러스 DNA를 가진 세포는 마치 자신이 바이러스에 크게 감염된 듯이 과장하고 다닌다.과장되게 유세하는 세포는 체내에 있는 공격 T세포를 성나게 만든다.성난 T세포는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무차별 공격하여 세포막을 깨뜨린다.이렇게 하여 세포내에 꼭꼭 숨어 있는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
DNA백신 요법을 시도하고 있는 대상 질환으로는 독감,에이즈,C형 간염,B형 간염,헤르페스 감염 등이 있다.
그러나 유전자를 이용한 질병치료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점들이 많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유전자 조작이 질병의 발생 원인과 치료에 혁명적인 지평을 열어 놓은 것이 사실이지만,이에 따른 예기치 않은 재앙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삼성의료원 내분비대사내과 과장>
1997-06-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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