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선철릭(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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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3-07 00:00
입력 1997-03-07 00:00
노리끼리한 제 색(소색)을 살린 생모시인가 했더니 연한 분홍색이라고 한다.열다섯살 남자아이의 옷에 이꽃(홍화)물을 들인 이의 고운 마음과 세모시의 투명한 질감,그리고 정교한 바느질솜씨가 어울어진 「요선철릭(요선천익)」.「비단 100년,종이 1000년」이라는 말도 있거늘 잠자리날개처럼 가벼워 보이는 이 옷이 7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이겨냈다는 것이 얼핏 믿어지지 않는다.

해인사 비로자나불상의 복장유물로 발견된 고려시대 의복 「요선철릭」은 오늘의 패션디자이너도 놀랄 만큼 아름답고 기능적이다.홑옷임에도 정교하게 박음질한 허리부분(요선)에 생명주로 안단을 댔고 가는 주름을 풍성하게 준 치마부분은 왼쪽 트임을 두되 자락이 겹치도록 해서 미적 요소와 활동성을 최대한 살렸다.

철릭은 고려시대 원나라에서 들어온 포의 일종.고려시대에는 수십종의 포가 있었으나 조선조말 두루마기 하나로 통일됐다.저고리에 주름잡은 치마를 이어붙인 모양의 철릭은 조선조 세종때엔 왕의 곤룡포 속에 입는 받침옷구실을 했다.나중 왕과 문무백관의 일상복인 편복이 됐고 임진왜란때는 왕 이하 신하가 모두 철릭을 입고 칼을 차,관복처럼 됐다.혜원과 단원의 풍속화에서는 철릭 입은 서민과 군졸·무당의 모습을 볼 수 있다.한쪽 혹은 양쪽 소매를 반소매로 만들고 따로 긴 소매를 만들어 매듭단추로 연결하기도 했다.패션평론가 김유경씨에 의하면 철릭은 오늘의 바바리코트처럼 실용적인 옷이다. 철릭으로서 뿐만 아니라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옷이라는 점에서 「요선철릭」의 보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보존처리를 마쳤다지만 이런 문화재는 공기와 빛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급속히 변질되는 만큼 사람의 입김이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아울러 오늘의 옷감으로 정교하게 복제해 일반인에게 이 옷을 보여주면 좋을 듯싶다.「요선철릭」 이전까지는 가장 오래된 옷으로 알려진 고려조의 백저포(일명 문수사포)는 한복디자이너 이리자씨가 지난 84년 재현해낸 바 있다.<임영숙 논설위원>
1997-03-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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