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처진 여당의원/박찬구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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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2-05 00:00
입력 1997-02-05 00:00
96년 2월 6일.그날 잠실실내체육관의 열기는 뜨거웠다.팡파르와 꽃가루,분수불꽃 속에 신한국당은 제1차 전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그로부터 1년뒤.4·11총선에서 예상밖에 선전한 신한국호는 그러나 97년 새해 벽두 「한보」라는 암초에 걸려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출항 한돌을 맞는 기쁨과 자축은 눈을 씻어도 찾을수 없다.
4일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를 찾은 신한국당 한보사태 조사위원들에게서도 한보철강의 불투명한 운명 못지않게 당의 앞길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4·11전사」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당혹감과 낭패감으로 얼룩졌다.충청권의 한 의원은 『이건 금의환향도 아니고…』라며 착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특히 간담회에서 지역주민 대표가 『며칠전에는 다른 당,그 며칠전에는 또다른 당이 오더니 오늘은 신한국당이냐』면서 『지역주민들은 당마다 따로 오는 것을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니 국회차원의 특별조사단이나 빨리 만들라』고 충고(?)하자 의원들은 하나같이 시선을 떨어뜨렸다.게다가 『설 이전에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산과 생계위협 등 엄청난 집단민원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는 한 관련업체의 호소문에서는 시끌벅적한 「금배지」들의 「행차」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도 배어 있었다.
『4·11총선 이후 자만하고 교만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추스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지난 3일 당 사무처 월례조회때 강삼재사무총장의 자성을 조사위원들도 뼈저리게 느꼈을 법 하다.환희와 박수속에 내년의 출범 두돌을 맞기 위한 신한국당의 발걸음은 이날따라 웬지 무거워 보였다.
신한국당이 「제2의 건국」을 바란다면 「제살」이라도 부패와 비리의 줄기를 과감히 잘라내고 「용광로」의 쇳물처럼 달아오른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터다.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국민 신뢰도 그때 비로소 생겨날 것이다.〈충남 당진제철소에서〉
1997-02-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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