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폭탄주를 드세요”/이목희 정치부 차장(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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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1-24 00:00
입력 1996-11-24 00:00
김영삼 대통령의 필리핀방문을 수행중인 이석채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심각한 제안을 했다.

『경제를 살리려면 술을 적게 먹어야한다.특히 양주를 먹지말자.「폭탄주」의 「호쾌함」을 꼭 즐기려는 주당이라도 「양주 폭탄주」보다 「소주폭탄주」를 드시는게 좋겠다.언론인부터 「소주폭탄주」를 드시라』

이수석은 『소주폭탄주가 양주폭탄주보다 맛도 좋더라.우리가 소주를 애용하면 외국인이 도리어 소주를 수입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우리의 무역적자는 2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김대통령은 내각에 『내년 무역적자를 절반으로 줄이라』는 「특급명령」을 이미 내렸다.

정부가 아무리 획기적 정책을 쓴다 해도 1년만에 적자가 반으로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무망」에 가깝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이수석은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우리의 한해 양주 소비량은 5억달러.외제 화장품,가구,옷 등 우리 주변에서 아무 생각없이 쓰고 마시는 부분에서 조금만 조심하면 수입 1백억달러를 줄이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양주를 비롯한 외제소비가 느는데 소비자 잘못만 있는 것은 아니다.이수석에게 한 기자가 의문을 제기했다.『우리 국적기를 타봐도 기내 면세판매에서 한국 제품은 담배 1종류 밖에 없다.안동소주라든지,우리 고유상품을 면세판매 해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이수석은 즉각 경제수석실 관계자에게 『기내 판매물품을 조정하는 방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베트남·필리핀 등 김대통령이 방문하는 곳에서는 한국을 「선진국 문턱」에 올라선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도 무오이 베트남 공산당서기장은 『한국은 부자 아니냐.병원도 지어주고 학교도 세워달라』고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양주」나 마시며 「졸부」 분위기를 즐기다가는 멀지 않아 베트남에게 손을 벌리는 처지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마닐라에서>
1996-11-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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