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은행(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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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2-28 00:00
입력 1995-02-28 00:00
26일 사실상 파산이 선고된 영국의 베어링은행은 1762년에 설립된 영국최고의 은행이다.우리나라의 은행역사가 1백년 남짓 하니 2백33년의 역사를 가진 베어링이 얼마나 고색창연한 은행인가를 알 수 있다.

바로 영국 금융사 그자체이기도 한 베어링은 역사 못지않게 명성 또한 화려하다.엘리자베스 여왕은 물론 영국귀족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이른바 「귀족은행」.나폴레옹전쟁 당시에는 정부에 전쟁자금을 지원했을만큼 막강한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현재도 영국의 6대은행 중 하나로 25개국에 55개 지점망을 갖춘 막강한 금융기관이다.우리나라에도 베어링증권이 들어와 있다.이런 은행이 어떻게 그런 비운을 맞게됐느냐가 관심거리.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한 직원의 투자실수 때문이라니 정말이지 황당할 수밖에.

싱가포르지점의 한 딜러가 일본증권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지진여파로 일본증권값이 폭락하자 무려 7억9천만달러의 손실을 입히게된게 파산의 원인이다.일본지진의 엉뚱한 피해자인 셈.

어느 은행이나 유휴자금을 활용해 주식투자를 하는게상례인데 예상이 제대로 되면 이득을 보지만 그 반대가 되면 손해도 보게 된다.문제는 어떻게 한 직원이 아무런 통제도 받지않고 이렇게 거대한 딜링을 할수 있었느냐 하는 것.



전문가들은 『아주 쉽게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거래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진데다 전자화로 거래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게 함정.또 거래가 전세계를 상대로 24시간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체크도 불가능하다는 것.

시장의 세계화,거래의 컴퓨터화는 하나의 거대한 발전이고 피할 수 없는 추세.그러나 이런 발전의 함정을 피하는 장치가 개발돼있지 않은게 문제다.베어링 파산이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이 걱정된다.
1995-02-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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