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희복양돈장 안희복씨부부의 을해년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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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1-01 00:00
입력 1995-01-01 00:00
◎“경쟁시대 으뜸가는 양돈농 될래요”/시설 곧 자동화… 올 3천5백두로 늘려/값폭락 좌절 딛고 부창부수 오뚝이 삶

『일년내내 돼지꿈을 꾸며 돼지처럼 풍만하게 양돈업을 살찌우고 싶습니다』

새해 아침 불혹의 나이를 맞은 동갑내기 안희복·유윤분씨 부부는 삶의 터전인 경남 합천군 초계면 각곡리 714 희복양돈장에서 이제 막 태어난 아기돼지들과 함께 새해 아침을 맞았다.

8백평 규모의 돈사에 꽉 들어찬 1천5백마리의 돼지들은 낯익은 주인에게 세배를 하듯 고개를 끄덕인다.을해년 돼지띠해에 이들과 함께 시작하는 안씨부부의 새해 소망은 옹골차다.

1백여마리로 양돈을 시작한지 24년만에 안씨는 대규모 자동화시설을 갖춘 부농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자신감에 부풀어 있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71년 양돈을 시작했던 안씨의 「돼지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2남8녀의 장남으로 72년 정미소에서 다리를 다친 부친을 대신해 가장역할을 해야했던 안씨는 79년 제대한뒤 대구·부산등에서 야채행상도 하고 각 부락에 돼지사료도 팔았다.

3년만에안씨는 5백마리의 돼지로 다시 양돈업을 시작할 수 있었으나 84년 돼지값 폭락으로 7천여만원의 부채를 안고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에 양돈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습니다』

안씨는 그러나 『자식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해서는 안된다』는 부인의 끈질긴 설득으로 86년 다시 돈사를 세웠으나 2천5백여마리가 원인모를 병으로 쓰러져 여러차례 폐사위기를 맞았다.

잇따른 역경속에서도 안씨부부는 꿋꿋이 4전5기의 오뚝이신화를 연출해냈다.안씨는 우선 선진 양돈기법을 배우기 위해 88년과 92년 정부 지원으로 독일의 양돈 박람회장과 일본·네덜란드·덴마크·영국의 농촌을 둘러봤다.

안씨는 밤잠을 설치며 하루 20시간씩 시설 자동화와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고 그 결과 지난해 갓 태어난 새끼가 어미에게 깔리는 것을 막기위해 쇠파이프로 어미와 새끼의 방을 따로 만든 분만틀을 개발했다.

양돈기술 영문 책자를 읽기 위해 91년 초계종합고에 입학한 안씨는 지난해 3월 아들또래의 동창생들과 나란히 졸업장을 받기도했다.

『과감한 투자없이는 우루과이 라운드 파고를 헤치고 부농의 꿈을 이룰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안씨는 저축과 정부지원금 등을 포함해 3억5천만원을 투자,올해말 완공예정으로 돈사 3개동 8백여평을 7개동 1천8백여평으로 늘리고 시설도 완전자동화하는 작업에 한시도 눈돌릴 틈이 없다.

이미 자동화된 3개동은 바닥이 철망으로 돼있어 분뇨가 저절로 지하에 묻힌 관을 통해 1백m 떨어진 정화조로 흘러가고 이 과정에서 자동산화된 분뇨는 울타리로 심은 2천여그루의 단감나무에 뿌려진다.환경오염과 비료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푸념 한마디 없이 때묻고 냄새밴 안씨의 작업복을 하루에 두세차례씩 세탁해온 부인 유씨는 『시설자동화가 마무리되는 올해말 돼지수를 현재 1천5백마리에서 3천5백두로 늘릴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안씨부부는 올해 수입을 3억원까지 끌어올려 수입개방시대를 당당히 이겨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가운 한겨울의 계곡바람도 잊고 있다.<합천=박찬구기자>
1995-01-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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