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고교생들도 입시로 고역/「대입추천 시험」 경쟁률 20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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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22 00:00
입력 1993-12-22 00:00
대학입시 열병을 앓고 있는 우리의 고3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고등중학교 6학년생들도 양상은 다르지만 대학입시 준비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
북한에선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진학 ▲군입대 ▲일반직장 취업 등으로 진로가 나누어지는데 우리처럼 진로선택이 본인의 희망이나 능력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예컨대 가족 중에 누군가 지주출신이 있다든지,아니면 월남한 사람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는 대학진학은 대부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북한에서 대학은 학문과 지식을 쌓는다는 차원 뿐만 아니라 「우리식 사회주의」로 요약되는 북한체제를 지탱하는 민족간부를 양성하는 성격이 강하므로 출신성분이나 당성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출신성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대입관문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입시 전년 11월중 실시하는,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국가판정시험과 입시 당해년도 7월말이나 8월중 시행하는 대학별 입학시험 및 체력검정·신체검사 등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수험생들은 이같은 좁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뇌물 등에 의한 각종 부정입학이 횡행하고 있는데다 경제난이 심화됨에 따라 대입준비서적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내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고등중학생들은 올들어 종이난에 따라 수험서 발행부수가 대폭 줄어든데다 그나마 발행된 입시문제집도 학교 도서관에는 배포하지 않고 도급 이상의 도서관에만 2∼3부씩 비치되고 있어 빌려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것이다.이 때문에 문제집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대출선생」(사서)에게 술·담배를 뇌물로 주거나 「수학 1천문제 풀이집」 등 너무 두꺼워서 필사가 어려운 책을 빌린 뒤 일부를 뜯어가는 일 등이 빈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기본 학제는 464(6)로서 인민학교 4년,고등중학교 6년,대학은 4∼6년제로 되어 있다.평등사회를 표방하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철저한 계급사회인 북한에서 대학진학 여부가 장래 직업과 신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 및 외화벌이나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은 외국어대학 등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은 우리 사회 못지않게 치열하다.
국가판정시험의 경우 ▲김일성혁명사 ▲수학 ▲국어 ▲화학 ▲외국어(영어나 러시아어 중 택일) 등 6개과목을 치르며 수험생 3천명당 1백50명의 비율로 대학진학 추천을 받게 된다.대학별로 치르는 본고사의 경우 시험과목은 동일하나 주관식으로 출제되는 김일성혁명사 과목에서 10점 만점에 7점을 따내지 못하면 무조건 불합격시킨다고 한다.그러나 시험성적 이외에 가정환경 등을 고려,학교 당위원회가 추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고위층 자녀의 경우 압력행사 등 부정개입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당면한 외화난을 반영하 듯 요즈음엔 대학입학에 부모의 신분 이외에 뇌물까지 가세하고 있다고 귀순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술대학은 5백달러,평양외국어학원이나 대학은 1천달러 등으로 액수의 하한선까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구본영기자>
1993-12-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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