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은 아름답다/고두현 체육부 국장급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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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8-04 00:00
입력 1992-08-04 00:00
다른 스포츠경기에서 늘 그랬지만 이번 바르셀로나올림픽의 TV중계를 지켜보면서도 새삼 똑 같은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메달을 딴 선수들의 얼굴은 어찌 그다지도 한결같이 아름답고 늠름할까.

여자유도 72㎏급 결승에서 판정승을 거두고 행복한 웃음이 얼굴 전체에 펴져가는 김미정.금메달을 겨냥해 사대에 선 공기소총의 18살짜리소녀 여갑순,그리고 여자양궁개인전의 조윤정과 김수령의 집중력 어린 긴장된 표정.

유도 78㎏급 1차전에서 91세계챔피언을 꺾고난 뒤 눈빛이 빛나던 김병주,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함박웃음을 터뜨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7㎏급의 안한봉.

모두의 얼굴이 해맑고 빛난다.메달을 따지못한 선수들도 경기중의 표정은 아름답다.

TV카메라가 메달리스트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비추어주기 때문에 그들의 얼굴이 유독 돋보일 뿐일게다.

그러고보니 오래전 벳쇼(별소)라는 일본의 스포츠칼럼니스트에게 들은 이야기가 기억난다.

『한때 한국남자농구의 간판스타였던 신동파의 현역시절,플레이를 본일이 있습니다.신동파가 농구코트에서 뛸때의 얼굴은 참 좋아요.평소때의 얼굴과 다른 그 무엇이 경기때에는 겉에 배어나오는 것 같아요』

벳쇼의 말로는 사람이 한가지 일에 집중했을 때는 얼굴모습마저 달라진다는 것이다.확실히 한가지 일에 집중할때 그 사람의 얼굴은 물론 태도마저 달라진 것같다.

『으응! 이 표정 참 좋은데…』

스포츠사진을 여러장 놓고 고르다보면 그 선수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던가싶은 좋은 표정을 발견할 때가 있다.영화배우나 TV탤런트들은 연기로 생활해가는 사람들이다.그러나 때로는 연기자도 따라가지 못하는 박진감 넘친 표정이 스포츠선수에게는 나타나곤 한다.

아마 실제상황에서의 긴박감이 선수의 표정이나 동작을 연기자의 그것보다 앞서게 만드는 모양이다.

우리가 스포츠선수에게 배워야할 것이 있다면 아마도 우리의 삶에서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것이 아닐지.
1992-08-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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