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명인) 일왕이 12일의 즉위식과 22일 저녁부터 23일 아침까지 열리는 다이조사이(대상제)를 거쳐 「천황」에 오른다. 「즉위식의 예」 행사는 공개로 나흘간 계속되며 전 각료와 양원 의장이 참석하는 다이조사이는 비공개로 치러질 예정. 이 두 행사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특히 일종의 종교의식 성격을 갖는 다이조사이에 말이 많다. 이 행사는 왕을 하늘로 밀어올리는 의식. 왕은 이 예식을 통해 태양의 신으로부터 신성을 물려받는다고 한다. 7세기 덴무(천무) 일왕 때 시작된 이 행사는 왕실의 쇠퇴로 14∼16세기에 이르는 2백20년 가량 중단됐다가 17세기 에도(강호)시대초에 부활됐다. 그러나 전후 일왕은 점령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에 의해 신격을 박탈당하고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다」는 지위로 격하됐다. 그럼에도 일본 지도자들은 「일왕은 시민인가,신인가」의 논란 속에서 왕을 신격화시켜려 시도해왔던 것. ◆즉위식에서 높이 1m인 고어좌라는 왕이 앉는 옥좌도 시비거리. 선거로 뽑힌 가이후 총리가 그 앞에서 『천황폐하 만세』를3창하는데 왕의 신발이 총리의 가슴과 같은 위치라서 주권재민의 헌법을 무시하고 주권재왕을 실현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은 「일왕의 이름으로」 또는 「신도신의 축복을 빌려서」 지난 31년부터 37년까지의 중일전쟁은 물론 2차대전까지 일으켰었다. 당시 일본 군국주의정부는 신도주의을 이용,일본인은 선택받은 민족이며 다른 국가를 정복할 권리가 있다고 믿게 만들었던 것. ◆이번 행사에 드는 비용은 81억엔. 이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다이조사이에 쓰인다. 일부 종교계는 국민의 세금이 종교의식을 띠는 이 행사에 사용되는 것은 정교분리의 위반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번 행사는 수세기에 걸친 일본 나름의 전통의식을 문화행사로 보존하려는 순수한 의미를 지녔을 뿐이라는 당국자나 후원자들의 주장이지만 일본 침략이 소위 천황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행된 사실을 잊지 않고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과연 어떻게 비칠까.
1990-11-12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