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우리가족 잔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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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5-15 00:00
입력 1990-05-15 00:00
9번째 스승의 날인 15일은 이호현씨(58ㆍ경남 창원 양곡국민학교 교장) 가족에게는 더없이 뜻깊은 날이다. 이씨를 비롯해 둘째딸 현옥(31ㆍ경남 마산무학국민교 교사) 셋째딸 성희(29ㆍ〃석전국민교 교사) 넷째딸 선정(27ㆍ〃진해동진여중 교사) 둘째아들 순관씨(25ㆍ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 연구원)등 4자녀를 비롯해 둘째사위 김만수(32ㆍ경남 마산제일여고 교사) 셋째사위 전용오(36ㆍ〃북성국민교 교사) 넷째사위 정현수씨(30ㆍ〃김해 진영여상고 교사)등 8가족이 모두 교직자이기 때문에 이날이 가족전체의 가장 큰 잔칫날이다. 더욱이 가족들의 교직근무연수를 모두 합치면 78년이나 되는 이씨 가족은 이날 스승의날 기념식에서 교육가족상을 받게됐다. 지난 49년도부터 교편을 잡은 이씨는 올해가 교직경력 39년째다. 어릴때부터 『일제치하에서 우리국민이 잘살 수 있는 길은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선친의 말에따라 교사의 꿈을 키워 다른 길은 마다한채 오로지 교직에 몸담아 오면서 이제는 교사인 자녀들과 손을 잡고 외롭지 않은 스승의 길을 걷고 있다.
지독히도 어려웠던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치하에서 우리가 잘 살수 있는 길은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이다』라는 선친의 말에 따라 한국학생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던 진주사범학교에 입학,교사로서의 꿈을 키웠다.
관비장학금을 받던 그는 해방이 되면서 장학금이 중단돼,도저히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시련이 찾아왔다. 그러나 교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경남초등교원양성소와 국교교사 자격검정고시를 독학으로 합격,마침내 교단에 서게됐다.
교사초년시절 박봉에 스승의 길을 포기하는 동료가 많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이교장의 눈앞에는 탈없이 자라 같은 길을 걷는 교사자녀들이 자랑스럽게 서 있다.
둘째딸 현옥씨는 『아버님의 맑은 생활태도와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성실한 모습이 바로 저희들 삶의 지표가 됐으며 이 때문에 저를 비롯한 동생들도 그길을 자연스레 걷게됐고결혼상대자도 교사 가운데서 택하게 되었습니다』라며 부친의 손을 꼭 잡았다.
경남에서만 줄곧 재직해온 이교장은 가장 보람된 시절을 지난 77년부터 80년까지 장애자재활학교인 경남혜림학교 근무시절이라고 말했다.
『보통아이들은 교사가 길을 가리키면 스스로 걸어가지만 장애자들은 교사가 손을 잡고 같이 걸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교장은 『그러나 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교장은 이때부터 장애자 재활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특수학교운영에 관한 논문도 몇편 썼다. 또 장애인들 결혼에 앞장서 지금까지 모두 9쌍을 결혼시키고 자신이 직접 주례를 서기도 했다.
『삶의 자세에서도 오히려 장애인들이 더욱 진지한 경우가 많다』는 이교장은 『최근 청소년들의 탈선이나 범죄율이 늘어가며 갈수록 난폭ㆍ흉악해진다는 보도가 나올때마다 가장 슬프다』고 안타까워 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이교장은 평소 학생들에게 『남을 손가락질하거나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가꾸라』고 당부해 왔다.
이교장의 남은 꿈은 막내인 순관군을 자신이 하지 못한 교육학자로 키우는 것이다.
『혹시나 내가 소홀했거나 내가 빠뜨린 일을 내 자식들이 뒤를 이어 해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 든든하다』는 이교장은 『내가 재직하면서 받은 많은 상 가운데 오늘 받는 교육가족상은 더없이 가슴뿌듯하게 해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최철호기자>
1990-05-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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