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인상 핑계로 뛰는 물가 걱정스럽다
수정 2018-03-18 23:49
입력 2018-03-18 22:36
지난 1일부터 어묵·햇반 값은 9%가량 뛰었고 스팸과 냉동만두 가격은 6~7% 올랐다. 요쿠르트 값은 다음달 1일부터 6~7% 오른다. 햄버거와 생수, 콜라 등 주요 식음료 가격도 이미 줄줄이 오른 상태다. 편의점들은 일찌감치 이달부터 도시락과 샌드위치, 주먹밥 가격을 100~300원 올렸다. 외식 물가는 지난해 12월 2.7%로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1월 2.8%로 상승 폭을 늘렸다. 지난달에는 2016년 2월 2.9%를 기록한 뒤 최근 2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나마 서민 식생활에 비중이 큰 라면·치킨값이 아직 요동치지 않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지경이다.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가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최저임금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서비스 물가가 1.7% 뛰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핑계 삼아 외식 물가와 생활 물가까지 덩달아 끌어올리는 것은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초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 정책 보고서’에서 “소비자 물가가 하반기로 갈수록 가파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가와 국내·글로벌 경기 개선세가 향후 물가 상승의 압력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이 백번 양보해 최근의 물가 인상을 어느 정도 감내할 용의가 있다 하더라도 최저임금을 빌미로 한 과도한 가격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물가 인상을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정당화하려는 태도 또한 용납할 수 없다. 그 어떠한 근거도 없이 대폭으로 물가를 올린 업체에 대해서는 정책 당국이 이제라도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그것이 최저임금제에 대한 불신을 줄이면서 고삐 풀린 물가를 잡는 길이다.
2018-03-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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