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위안부 시각… 불편한 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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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3-08-10 00:00
입력 2013-08-10 00:00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지음/뿌리와이파리/328쪽/1만 8000원

한·일 과거사의 청산과 해결에 관한 한 양국 정부는 늘상 평행선을 달려왔고 지금도 표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표류하는 과거사 청산의 중심엔 위안부라는 거대 사안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위안부의 실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국의 위안부’는 그 청산의 큰 단초로 자리매김된 위안부의 실체를 일반의 인식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부해 눈길을 끈다. ‘식민지의 모순’을 가장 처절하게 살아낸 존재인 위안부. 세종대 일문과 교수인 저자는 그 위안부를 향해 고정된 민족주의적 시선이 위험하고 그 편향의 인식을 바꿀 때 오히려 과거사 청산과 동아시아 평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인 위안부’란 조선인 일본군과 마찬가지로 저항했으나 굴복하고 협력했던 식민지의 슬픔과 굴욕을 한몸에 경험한 존재다. 일본이 주체가 된 전쟁에 끌려갔을 뿐 아니라 군이 가는 곳마다 끌려다녀야 했던 노예임이 분명했지만 사기 등의 불법적 수단으로 강제로 끌고 간 주체는 일본군이 아니라 업자였다는 사실을 저자는 위안부의 증언을 통해 밝힌다. 물론 저자 역시 조선인 부모에 의해 팔려가거나 조선인 업자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 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게 되는 구조를 기획하고 마지막 순서로 가담한 이들은 일본군이었다고 명쾌히 말한다. 그러나 식민지 지배가 야기한 야만의 폭력인 위안부 문제를 지금처럼 장기화하고 미해결 상태로 몰아넣은 것은 냉전적 사고 때문이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책에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불편하게 여기고 인내가 필요할 만큼의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하지만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들을 담담히 말해왔던 위안부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가려서 들어왔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그들의 체험을 왜곡하는 데 가담해온 셈이라는 주장이 괜한 것만은 아닐 성싶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08-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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