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창] ‘역지사지’를 넘어 ‘역지행지’로

업데이트 2024-06-25 04:05
입력 2024-06-25 04:05
“인류(동물)의 오랜 역사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법을 배운 이들이 승리했다.”

1871년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 나오는 내용이다. 동식물의 진화뿐만 아니라 장수 기업 등 성공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도 ‘협력’은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오늘날 행정 환경은 전례 없이 빠르게 변화하며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정책을 추진할 때에도 단일 부처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이슈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보다 신속하게 행동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이 필수가 된 시대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각 부처가 추구하는 방향이 대립하거나 구조적인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어찌 보면 각 부처의 소임에 충실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 규정을 잊고 조직의 목표를 우선시하다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부처 칸막이를 시원하게 걷어내고 진정한 협업을 이룰 수 있을까. 먼저 ‘국익과 국민 중심 행정’이라는 공동의 확고한 목표가 내재화돼야 한다. 국민이 있기에 정부와 공무원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모든 공직자는 각 부처의 입장과 이익이 아니라 국민 중심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할 필요가 있다.

또 각 부처는 효과적인 협업 방식을 찾아 시행해야 한다. 협업을 위한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인적 교류이다. 소속 부처에서 쌓은 전문성을 다른 부처의 관점을 포함한 넓은 시각에서 활용할 때 보다 창의적인 해결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인사혁신처는 이런 관점에서 매년 ‘정부인사교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범정부 인사교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협업이 필요한 과제 중심으로 국·과장급 인사교류인 ‘전략적 인사교류’를 시행했다.

전략적 인사교류는 종전 인사교류와 달리 협업 과제를 미리 정하고 주기적으로 성과관리하는 한편 교류자에게는 인사·보수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24개 전략적 인사교류직위에서 총 41개의 협업 과제가 지정됐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기간 단축(국토교통부·환경부), 인공지능(AI)·메타버스 기반의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구축계획 수립(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 등의 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소통·공감의 대표적인 비결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그러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생각을 넘어 이를 실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인사혁신처는 인사교류 활성화를 통해 ‘역지행지’(易地行之), 국익과 국민을 위해 국민 중심 원팀으로 행동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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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혁신처장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2024-06-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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