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벨 과학상 2관왕 日, 기초과학 뿌리가 흔들리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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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0 00:25
입력 2025-10-0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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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만든 기타가와 스스무(왼쪽) 교토대 교수, 영국 출신 리처드 롭슨(오른쪽 위) 호주 멜버른대 교수, 요르단 암만 출신의 오마르 야기(오른쪽 아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3명을 선정했다.  AP 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만든 기타가와 스스무(왼쪽) 교토대 교수, 영국 출신 리처드 롭슨(오른쪽 위) 호주 멜버른대 교수, 요르단 암만 출신의 오마르 야기(오른쪽 아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3명을 선정했다.
AP 연합뉴스


일본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를 동시에 배출하며 기초과학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일본이 노벨 과학상 2관왕에 오른 것은 2002년과 2008년(화학상·물리학상), 2015년(생리의학상·물리학상)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노벨 과학상 수상 일본인은 올해까지 총 27명(외국 국적 포함)에 이른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처음 추월하는 등 경제력에서 앞서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단 한 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우리의 초라하고 허약한 기초과학 현실은 일본의 눈부신 성과와 대비돼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일본이 노벨 과학상 강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오랜 전통, 정부의 꾸준하고 장기적인 투자, 대학 중심의 자율적 연구 풍토가 있다. 올해 생리의학상을 받은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명예교수와 화학상을 받은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는 각각 면역질환과 새 분자구조 등 인류를 위한 난제를 30년 넘게 탐구해 온 학자들이다.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도전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이러한 세계적 성과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우리는 기초과학의 성취를 기대할 만큼 안정된 연구 풍토를 만들지 못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조급증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평가 문화 속에서 연구자들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전념하기 어려웠다. 윤석열 정부가 카르텔 타파를 명분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성과 중심 정책의 적나라한 민낯이었다.

기초학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낮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의과대학으로 쏠리는 현실부터 바꾸지 않는 한 기초과학의 토대는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래 산업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기초과학을 바로 세우는 일에 지금부터라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2025-10-10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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