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우유를 ‘콸콸콸’…中 ‘짝퉁 프듀’가 부른 ‘팬투표 광풍’(영상)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업데이트 2021-05-08 01:27
입력 2021-05-0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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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짝퉁 프듀’의 극성 팬클럽이 복수투표권을 얻기 위해 우유 제품을 몽땅 사들인 뒤 투표권 코드가 인쇄된 뚜껑만 챙기고 멀쩡한 우유를 버리는 영상.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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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마을에서 대량 구입한 우유를 죄다 개울에 버리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우유가 상한 것도 아니었고, 우유 회사에 대한 항의 차원의 퍼포먼스도 아니었다.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의 극성 팬클럽이 투표권을 대량 확보하기 위해 벌인 행동이었다.

국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베껴 제작한 프로그램 ‘청춘유니’는 출연자 투표를 온라인 영상 플랫폼 일반 회원에게는 하루 1표, 유료회원에게는 하루 2표의 투표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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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짝퉁 프듀’의 극성 팬클럽이 복수투표권을 얻기 위해 우유 제품을 몽땅 사들인 뒤 투표권 코드가 인쇄된 뚜껑만 챙기고 멀쩡한 우유를 버리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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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대 2표의 투표권 외에도 투표를 여러 차례 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더 만들어놨다.

바로 프로그램 독점 후원사의 특정 제품에 표기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여러 차례 복수 투표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로써 후원사의 제품 판매를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청춘유니’의 단독 협찬사인 멍뉴는 자사 우유 음료수 뚜껑에 복수투표 코드를 인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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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짝퉁 프듀’의 극성 팬클럽이 복수투표권을 얻기 위해 우유 제품을 몽땅 사들인 뒤 투표권 코드가 인쇄된 뚜껑만 챙기고 멀쩡한 우유를 버리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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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특정 그룹의 극성 팬클럽이 부모를 동원해 우유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해당 우유 제품을 몽땅 사들인 뒤 투표권 코드가 인쇄된 뚜껑만 챙기고 다 마시지도 못할 우유는 버린 것이었다.

중국 CCTV방송은 팬클럽이 사들인 우유를 처분하지 못해 내다버리거나 자선시설에 무작정 기증하는 등 각종 말썽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방송계에 만연한 간접광고(PPL)와 이에 편승한 지나친 상술, 아이돌 팬클럽의 극성 행태, 음식 낭비 풍조가 겹쳐 만들어낸 일그러진 풍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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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짝퉁 프듀’의 극성 팬클럽이 복수투표권을 얻기 위해 우유 제품을 몽땅 사들인 뒤 투표권 코드가 인쇄된 뚜껑만 챙기고 멀쩡한 우유를 버리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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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버리는 영상이 공분을 일으키면서 결국 ‘청춘유니’는 폐지 위기에 몰렸다.

방송통신 심의를 담당하는 베이징 광전국은 4일 최근 고발을 접수하고 ‘청춘유니’ 녹화 제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도 5일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성실히 받아들이고 조치를 따르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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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베껴 만든 중국 프로그램 ‘청춘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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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치이는 “플랫폼의 책임을 착실하게 이행하고,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면서 “이번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이른바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이 큰 인기를 끈 가운데 음식 낭비 풍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다. 결국 지난해 8월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누가 알리요, 상 위의 밥이, 알알이 다 피땀인 것을”이란 한시를 인용하며 먹거리 낭비를 금지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지난달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음식 낭비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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