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둥이인줄 알았는데” 아프리카 말리 산모 아홉 아이 낳다

임병선 기자
업데이트 2021-05-06 07:52
입력 2021-05-06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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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여성 할리마 시세가 전날 아홉둥이를 출산한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아인 보르자 클리닉의 소아병동 인큐베이터 안에서 5일(현지시간) 여러 신생아들이 안정을 취하고 있다.
카사블랑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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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아프리카 말리의 25세 여성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한 병원에서 아홉둥이를 출산했다. 의료진은 말리에서의 초음파 검사 결과를 믿고 일곱둥이인줄 알고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갔다가 둘이 더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단다.

할리마 시세란 이름의 산모가 말리 정부가 특별히 마련한 비행 편을 이용해 모로코 병원에 옮겨져 기적처럼 아홉둥이를 무사히 세상에 내놓았다. 남편 압주단트 카데르 아르비는 큰딸을 돌보느라 말리에 있었는데 5일 BBC 아프리크 인터뷰를 통해 “아주 행복하다. 아내와 아이들(5녀4남) 모두 몸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이 우리에게 이 아이들을 주셨다. 그는 그들에게 일어날 일을 결정하는 한분이시다. 난 그에 대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다. 전지전능하신 분이 뭔가를 하신 것이고, 그는 이유를 알고 계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많은 이들이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모두가 내게 전화했다! 모두가 전화했다! 말리 당국도 전화해 기쁨을 표현했다. 그들에게 감사드린다. 심지어 대통령님도 내게 전화했다.” 산모와 아홉 아이는 몇주 뒤 귀국해 남편과 큰누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출산 전까지만 해도 일곱둥이로 안 말리 국민들이 성원을 보냈다. 그녀의 무탈한 출산과 아이들의 생존 확률을 높이려면 이 나라 의료진과 병원 시설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해 정부는 모로코의 병원을 알선하고 항공편 편의를 제공했다. 말리 수도 바마코의 병원에서 2주 입원했던 시세는 지난 3월 30일 카사블랑카로 옮겨졌다. 이곳 클리닉에서 5주 머무르다 판타 시비 말리 보건장관은 두 나라 의료진이 행복한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축하했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따르면 가장 많은 아기를 낳은 기록은 2009년 미국에서 여덟둥이를 낳은 나디야 술레만이 갖고 있다. 여덟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 12세가 됐다. 아홉둥이를 출산한 기록은 두 차례 있었다. 1971년 호주와 1999년 말레이시아에서다. 하지만 두 사례의 모든 아이들이 며칠 안돼 숨졌다.

케냐 나이로비의 BBC 건강 전문기자 로다 오드히암보는 자연 임신으로 이렇게 여덟둥이, 아홉둥이를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시세가 정확히 어떤 인공 임신 시술을 받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케냐타 국립병원 산부인과의 빌 칼루미 박사는 시세가 분명히 인공 임신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면서 다만 아프리카에서는 호르몬 제제를 처방하는 예가 많아 이를 과다 복용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임신 기간 호르몬 제제를 많이 먹으면 난자가 여럿 배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둥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은 산모와 아이들 모두 위험에 빠뜨린다. 유산이 불법인 나라에서 낙태를 위해 검사를 받았는데 뱃속에 4명의 태아가 죽은 채로 발견된 여성도 있었다. 시세가 예정된 분만일에 가깝게 출산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세상에 나오려면 조산하기 마련이다. 임신 37주가 되기 전에 태어나는 일을 조산이라 하는데 폐가 제대로 발육되지 않고 면역체계가 약해 감염에 취약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또 다둥이들은 나중에라도 다른 아이들에 견줘 뇌성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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